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총장

등록금 동결 16년 사립대 고통
교육과 연구 경쟁력 저하 심각
인력 유치와 첨단 연구 직격탄

이젠 질서 있는 해법 추진할 때
물가 영향과 학부모 부담 문제
정치적 의지 있으면 해결 가능


사립대 등록금은 2009년 이후 16년 동안 1% 정도 올라서 거의 동결된 반면, 같은 기간에 소비자 물가는 33%나 올랐다. 실질 등록금이 30% 이상 하락해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할 여력도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이다. 같은 기간에 우편요금은 84%,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도 50%나 올랐는데 사립대 등록금 이외에 16년씩 가격이 동결된 다른 서비스 부문이 있는지 모르겠다.

2023년 기준으로 4년제 사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약 732만 원인데, 이는 사립초등학교 등록금 918만 원의 78%, 사립국제중학교 등록금 1280만 원의 57%, 그리고 유아 대상 영어학원 교육비 2092만 원의 35%에 불과한 금액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사립대 등록금 이야기만 나오면 유난히 날 선 비판이 줄을 잇는다. 단골 메뉴의 하나가 16년간 동결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발표된 ‘2024 OECD 교육지표’만 봐도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9279달러(약 1310만 원)로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높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국제 비교는 신중해야 한다.

우선, 5번째라는 것이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38개국 및 비회원국 11개국 등 49개국 중 5번째라는 것이 아니고, 자료를 제출한 13개국 중 5번째라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5번째로 높다고 하면 오해하기 십상이다. 다소 복잡한 다른 문제도 있다. 원화로 표시된 등록금을 달러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환산 단위가 필요하다.

각국의 등록금 자료가 2022년 자료라 2022년의 구매력평가지수(PPP)인 1달러당 810원이 사용됐다. 일반 물가의 차이를 반영하는 PPP를 이용해서 국내총생산을 국제 비교하는 것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품목 중 하나인 사립대 등록금의 국제 비교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하다. 만일 2022년 명목환율을 사용한다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 수준은 자료를 제출한 13개 국가 중 중간 이하이다.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의 상대적 수준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결과 사립대학의 경쟁력이 어떻게 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많은 사립대학의 등록금의존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동결하면 교육의 질과 연구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 동결은 급여 동결로 이어지게 되므로 우수 교원을 유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인공지능(AI), 바이오, 2차전지, 반도체 등과 같은 첨단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도 외국 대학과의 급여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 우수 교원의 유치는 날로 어려워진다. 우수 교원은 곧 우수 연구 인력이므로 연구 경쟁력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와 교육은 서로 맞물려 있고 대학 재정의 어려움은 곧바로 교육시설 투자와 학생 지원에 부정적으로 반영돼 교육의 질 역시 떨어지게 된다. 생산비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제품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양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에 대처하는 ‘슈링크플레이션’(지속적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 양의 변화는 바로 파악이 되지만, 품질이 서서히 변하는 것을 파악하긴 쉽지 않다. 16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학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강요당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교육의 질이 서서히 떨어지는 1차적인 피해는 교수·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보겠지만, 결국에는 모든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직전 3개 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내로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등록금을 올린 대학을 국가장학금Ⅱ유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법으로 16년째 사립대 등록금을 동결시키고 있다.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동결 기간이 길었던 만큼 질서 있는 퇴장이 꼭 필요하다. 학부모 부담과 물가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교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총장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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