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3일 심야에 선포됐다가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은 충격적이면서도 어이없는 코미디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을 땐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기사와 동영상은 딥페이크인 줄 알았다. 2024년 12월에 지지율 10%대 대통령이 절대 의석의 야당 대표와 국회를 상대로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건 만화에서도 불가능한 설정이라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 국회를 겨냥해 ‘패악질’ ‘범죄자 집단의 소굴’ ‘내란 획책’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노린 반국가 세력’ 등 비장한 용어로 비난하며 계엄 선포의 근거를 댔으나 위헌·위법이라는 지적이 야당도 아닌 집권당 대표 입에서 바로 나왔다. 계엄은 헌법 제77조에 따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다. 전쟁 중이나 무장폭동·반란 등의 상태에서 행정·사법권만으론 질서유지가 어려울 때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야당의 습관성 장관·검사 탄핵이나 입법·예산 폭주가 문제이긴 해도 그럴 만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오후 10시 23분 담화문 발표 후 밤 11시에 발효된 계엄령은 새벽 1시에 재석 여야 국회의원 190명 만장일치 의결로 해제됐다. 오전 4시 30분에 국무회의에서 해제를 의결했지만, 사실상 국회 의결로 2시간 만에 무위로 끝난 것이다. 공교롭게 1884년 12월 4일 별 준비도 없이 일본만 믿고 벌인 갑신정변도 사흘은 갔다. 헌법 제77조는 또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강행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이 조항을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정치적 자살과 다름없는 불장난 같은 일을 왜 벌였는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 자신의 위신은 물론 나라 망신도 톡톡히 시켰다.

장난 같은 계엄령 소동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건 윤 대통령 부부고, 최대 이익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볼 것 같다. 탄핵이나 하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그가 받고 있는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 물 건너갈 수 있다. 그런 일은 있으면 안 된다. 계엄령 사태 후속 처리와는 별개로 재판과 수사 과정은 법과 원칙대로 중단없이 진행돼야 한다.
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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