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 대통령 향후 행보 주목
대통령실, ‘계엄 정당성’ 강조
“야당이 내란 획책한다” 주장
외교일정 줄줄이 차질·취소
김용현 사표 하루만에 수리
윤석열 대통령은 5일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가 전날 사의를 밝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직서를 하루 만에 수용하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공개·비공개 일정을 취소했고 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합법성만 강조하고 있어 여전히 인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내란을 획책한다”는 입장은 그대로 유지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국민 간 충돌’이 아니라, 전시에 가까운 비상체제를 지속 유발하는 ‘야당과의 충돌’로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가 사의를 밝힌 김 전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신임 국방부 장관에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은 사실상 정권 실세로 군림해왔다. 관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외교·안보라인을 연쇄 이동하며 그를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자 “사실상 김용현을 위한 인사다”는 평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실패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민심 수습을 위해서는 국방장관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인사 발표 언론 브리핑에서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상관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신도 겸비해 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 지시에 토를 달지 않는 ‘예스맨’으로 알려진 김 전 장관과 달리 상관에게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과 합법성도 강조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야당의 폭주에 맞서 불가피한 경고성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과의 면담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예산안 강행 처리로 인해 국정이 마비된 지경에 이른 점을 크게 강조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헌법 수호자로서 불가피한 결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반국가 세력에 대한 엄단과 경고의 뜻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또 계엄령에 따라 국회에 군이 투입되기는 했으나 본회의 개최를 막지는 않았고, 군이 실탄은 소지하지 않는 등 실제 물리력 행사는 없었으며, 계엄 선포와 해제 전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추진 중인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현재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예정됐던 공개·비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핵심 참모진과 민심 수습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국민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참모들이 전날 제출한 사직서도 모두 보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기은·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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