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 황톳길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에서 주민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 황톳길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에서 주민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제공


서대문 천연동·도봉 초안산 등
일부 구간에 ‘온실하우스’ 설치
바깥보다 8도 높고 바람도 차단
큰 비용 안들고 설치·철거 용이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황톳길.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강한 바람까지 부는 궂은 날씨에도 주민 10여 명이 신발을 벗고 황톳길을 걷고 있었다. 이들이 한겨울임에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건 800m 길이의 황톳길 중 180m 구간에 비닐 재질의 하우스가 설치된 덕분이다. ‘온실 하우스’ 내부는 외부보다 온도가 8도 정도 높고, 바람도 없어 따뜻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다.

6일 각 자치구에 따르면 날씨와 상관없이 겨울철에도 방문객들이 황톳길을 이용하도록 온실 하우스를 설치해 운영하는 서울 자치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맨발 걷기 열풍이 불면서 전국 곳곳에 황톳길이 만들어졌지만, 황톳길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날씨에 따라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로 고민해 왔다.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올 때는 황톳길을 걷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고, 안전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눈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예 황톳길 위에 덮개를 깔아놓는 등 주민들의 이용을 막는 지자체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의 해법으로 떠오른 게 황톳길 온실 하우스다.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연희동 안산 황톳길에 온실 하우스를 만들었던 서대문구는 천연동 황톳길 일부 구간에도 똑같은 하우스를 설치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안산 황톳길에서 ‘겨울에 눈비가 내려도, 날씨가 추워도 황톳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는 방문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하우스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1월 방학동 발바닥공원 황톳길 150m 구간에 하우스를 설치한 도봉구도 초안산근린공원 황톳길 왕복 134m 구간에도 하우스 설치 공사를 진행,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올겨울부터 황톳길에 하우스를 설치하는 자치구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구로구는 지난달 연지근린공원 황톳길 100m 구간에 하우스를 설치했다. 성동구도 지난달 말부터 청계천 황톳길 250m 구간 중 170m 구간에 하우스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는 용비쉼터 인근 시그니처 공원 황톳길에도 하우스를 추가로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톳길 온실 하우스를 선도적으로 고안해 시행한 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오언석 도봉구청장이었다. 서대문구와 도봉구는 지난겨울에 온실 하우스를 조성했는데, 효과가 확실했다. 통상 겨울철(12∼2월)에는 황톳길 방문객 수가 다른 계절보다 약 90%나 줄어들지만, 서대문구의 경우 절반 수준(3개월간 총 7만1821명)을 유지하기도 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쉽게 설치·철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김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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