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햇살 나라
이반디 글│모예진 그림│위즈덤하우스


웹진 ‘비유’에 발표된 이반디의 단편 동화 ‘햇살 나라’를 처음 읽었을 때 눈물이 터져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던 기억이 난다. 2022년 여름, 폭우로 집 안에 물이 차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세 명이 사망한 사건 직후 발표된 이 동화는 분명 그 사건에서 태어났고, 그 사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슴 아픈 죽음으로 세상을 떠난 세 명 중에는 열세 살 어린이가 있었으니 ‘햇살 나라’에서 똑같은 상황에 처한 어린이 인물은 그 어린이와 떼놓고 볼 수 없다.

현실에서 구조의 손길을 받지 못한 어린이를 작품에서는 ‘하늘 여신’이 ‘햇살 나라’로 데려간다. 현실은 판타지 세계에서 구원된다. 현실을 현실 세계로 구원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일지 모르겠다. 물이 차오르는 집 안에 갇힌 어린이를 눈물 한 방울 없는, 온전히 따듯하고 보송보송한 곳으로 데려가 주고 싶으니까. 판타지에서 구원된다고 해서 현실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작품 ‘다정한 스튜어트’에서 학대당하는 어린이는 자신에게 가능한 방법으로 저항한다. ‘마녀 포포포’에서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마녀는 난민인 어린이에게 공감하며 그를 돕는 과정 중에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다. ‘이 닦아주는 침대’에서 어린이 인물은 사회가 규정한 제도와 가치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이 어린이들 곁에 ‘햇살 나라’의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그 곁에 함께하길 초대하며. 88쪽, 1만3500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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