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은 국제사회도 뒤흔들었다. 3일 밤 선포된 계엄령은 6시간 만인 4일 새벽 해제돼 일단락됐지만, 계엄령이란 조치가 한국에 내려졌다는 소식은 아시아와 미국 등 서방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에서까지 대서특필됐다. 단순 속보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배경과 향후 사태를 전망하는 분석 기사까지 쏟아지고 있어 달갑지 않은 이번 스포트라이트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국가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모이는 외신 보도 방향은 이렇다. 이번 사태가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을 높이고, 한국 경제를 시계 제로 상태로 치닫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하면서 내건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목표에서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서 윤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윤 대통령의 거취를 거론하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계엄령 실패로 윤 대통령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권위주의 향수에 빠진 도박”으로 묘사했으며, 미국 CNN은 윤 대통령이 “최악의 정치적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한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에게는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 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 경쟁자를 소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정상에 대한 서방 언론의 평가치고는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비판 수위다. 이번 계엄령을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자유민주주의가 태동한 서방 국가들에도 이해되지 않는 듯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핵 기반으로까지 한미동맹을 확대하고 캠프데이비드 선언으로 한·미·일 삼각 공조의 틀을 만든 당사자라는 점에서 계엄령이 초래한 외교·안보적 파장은 윤 대통령에게 꽤 뼈아플 것이다. 당장 지난 4∼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기로 했던 한미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은 연기됐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북·러 밀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에 앞서 한·미·일 공조를 구체화할 기회를 윤 대통령 스스로 날린 것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상당 기간 외교·안보 관련 국정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의 탄핵안 의결에 이어 헌법재판소 심판이 가결되면 우리 국민은 3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을 뽑아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는 동맹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기조로 압박해올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신임 정부에 한미관계를 맡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재임 중 외교·안보 성과를 가장 내세웠지만,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웃지 못할’ 소극(笑劇)으로 국민을 안보 불안 상황으로 내몰았다는 점을 윤 대통령은 알고나 있을까. 윤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