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현 "의혹 해소 위해 필요한 조치"
국회보다 많은 300여 명 선관위 투입
방첩사령관 "여론조작 확인 지시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이유가 일부 보수 논객들이 제기한 ‘부정 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 정당과 정치자금 관련 사무를 담당한다. 특히 국회와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계엄법 대상이 아니라는 게 선관위 입장이다.
지난 3일 계엄군은 선관위 과천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관리국은 선거정보 등과 관련된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으로, 4·10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로부터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는 300여 명의 계엄군이 선관위 과천청사 및 서울 관악청사, 수원 선거연수원에 진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10여 명의 계엄군이 (선관위 과천청사에) 들어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 감시 및 출입 통제를 했다"며 "4일 0시 30분 추가 투입된 (계엄군) 100여 명은 1층 로비 등에서 경계 작전을 실시하고 총 3시간 20여 분 동안 점거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계엄법 대상인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알고 있는 법적 개념으로는 아니다"라며 "계엄군이 선관위에 왜 진입한 건지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계엄법 8조 1항에는 ‘계엄지역의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김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학과 동기이자 사법연수원장, 춘천지법원장 등을 지낸 고위 법관 출신이다.
이날 열린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선관위에 병력이 투입된 줄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이날 국군방첩사령부가 사령부 병력을 선관위로 보냈는데,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충암고 10년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직접 전화 등으로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병력의 선관위 진입을 지시한 여 사령관도, 선관위에 진입한 병력들도 어떤 이유로 선관위에 가야하는지를 알지 못해 장시간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 사령관은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다"며 "다만 포고령 제1호에 명시된 가짜뉴스, 여론 조작 문제와 관련해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 정도만 듣고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우선 선관위로 병력을 보낸 것이다. 나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 ‘꽃’도 선관위와 함께 부정선거 여론조작 의혹 관련해 계엄군 진입 대상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가 무엇이냐’는 문의에 5일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있어 철수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부정 선거 의혹 조사를 위해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지시한 것이 윤 대통령의 뜻이었느냐’는 질문에 "예. 많은 국민들이 부정 선거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계신다.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일부 보수 단체와 유튜버들이 주장해 온 올해 총선의 선거 개표 조작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지시한 것이 윤 대통령의 의중이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과 처음 만난 날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 환호 받아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진영 절단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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