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종로구 종로귀금속거리에 있는 한 도매상가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금 시세 급등으로 귀금속 제품 가격이 치솟은 데다, 소비침체까지 겹치면서 ‘연말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상가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김호준 기자
5일 서울 종로구 종로귀금속거리에 있는 한 도매상가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금 시세 급등으로 귀금속 제품 가격이 치솟은 데다, 소비침체까지 겹치면서 ‘연말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상가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김호준 기자


■ 종로 도매상가 가보니…

“예물성지?… 은제품도 안팔려
투자 목적 골드바 문의만 있어”
해외브랜드 선호, 양극화 심화


“금값이 폭등하니 예물이나 선물을 찾는 손님이 확 줄었어요.”

지난 5일 ‘국내 귀금속 상가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귀금속거리. 이곳에서 13년 동안 금 유통·세공업체를 운영했다는 송진영(50) 씨는 “이번 주 매출은 외국인 관광객이 사간 팔찌 하나가 전부”라며 “요즘은 목걸이나 반지보다 다시 팔 때 부담이 적은 순금 바나 황금 열쇠를 찾는 손님이 더 많다”고 했다. 귀금속거리 풍경은 한겨울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한때 ‘예물 성지’로 불리며 전국에서 찾아온 신혼부부와 귀금속 유통업자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곳곳에 임대 푯말이 붙어 옛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한 대형 귀금속 도매상가는 전체 매장 30여 곳 중 비어 있는 곳이 10여 곳에 달했다. 다른 금은방 주인 오모(61) 씨는 “금값만 오른 게 아니라 은값까지 오르면서 저가품도 잘 안 팔린다”며 “예물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신혼부부가 많다 보니 장사가 더 안된다”고 토로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에 국내 귀금속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돌잔치나 결혼식이 줄면서 귀금속 수요가 급감한 데다, 금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려 ‘연말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6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금 1돈(3.75g)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55만 원으로 올해 1월 초(40만400원)보다 37.4% 급등했다. 귀금속 제품에 많이 쓰이는 은 역시 1돈이 같은 기간 4235원에서 6215원으로 46.8% 올랐다. 금·은 시세가 오르면 세공비가 포함되는 귀금속 제품 가격은 통상 두 배 이상이 뛴다고 한다. 귀금속 업계는 “투자 목적으로 순금 바 같은 현금화하기 쉬운 제품 수요는 늘어나지만, 세공비를 통한 마진이 거의 없어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혼인율 감소도 귀금속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예물 귀금속 시장 규모는 6143억 원으로 전년(6800억 원) 대비 9.7% 감소했다. 2019년(1조615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2.1%나 하락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초고가 귀금속 수요만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 귀금속 매출은 전년 대비 40% 올랐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인기 있는 반지·목걸이 제품은 주문 후 반년 이상을 기다려야 구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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