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는 24-24 동점이 만들어져 듀스가 이어지는 상황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매 세트 25점에 먼저 도달하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그렇게 세 번의 세트를 승리하면 경기에서 최종 승리한다. 그래서 매 세트 1점씩 쌓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배구의 기본은 수비다.
아무리 강하게 ‘때리는’ 선수가 있는 팀이라고 할지라도 정확하게 ‘받는’ 선수가 없다면 뛰어난 경기력을 펼칠 수 없다. 배구를 ‘때리고 받는’ 운동이라는 칭하기보다 ‘받고 때리는’ 운동이라고 설명하는 배구인이 많은 이유다.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2라운드는 이를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승리해 남자부 선두로 올라선 현대캐피탈은 국가대표 리베로 박경민이 버틴 반면, 수성이 무산된 대한항공은 3번째 시즌을 맞는 송민근, 강승일이 코트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 양 팀의 리시브 효율은 33.33%(현대캐피탈)와 25.33%(대한항공)로 두 팀 다 뛰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는 두 팀이라는 점에서 이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의 고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조금 의미가 달라진다.
현대캐피탈은 사실상 박경민이 리베로의 모든 역할을 홀로 소화했다. 2년차 리베로 임성하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분해 짐을 나누는 상황도 있었으나 박경민은 리시브와 디그를 모두 담당하는 상황에서 팀 평균보다 높은 40%의 리시브 효율을 선보였다. 반면 대한항공은 송민근이 디그를, 강승일이 리시브를 담당하는 분업 체제로 경기했다. 강승일은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 곽승석, 정한용과 리시브 업무를 분담하며 팀 평균보다 낮은 24.14%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리베로가 안정적으로 공을 배달하지 못하면 세터는 상대적으로 불안전한 상황, 자세에서 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이날 베테랑 한선수와 유광우(이상 대한항공)가 다소 코트 위 많은 움직임과 함께 힘든 경기를 펼친 이유이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V리그에 뛰어든 국가대표 리베로와 고졸 신인으로 V리그에 합류한 신인급 선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V리그 최초 5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완해야 하는 점이 있다는 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대한항공은 2023∼2024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리베로 오은렬과 계약하지 않았다. 아직은 어리고 경험이 적지만 강승일과 송민근의 빠른 성장을 확인한 자신감이었다. 지난달 병역을 마치고 팀에 돌아온 박지훈에 베테랑 정성민도 오은렬을 떠나보낼 수 있던 이유였다.
대한항공을 떠난 오은렬은 재밌게도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었다. 대한항공의 주전 리베로였던 오은렬은 현대캐피탈 이적 후 현재 박경민의 백업선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병역을 해결해야 하는 두 선수가 차례로 입대와 전역을 하는 방식으로 선수단 내 리베로 포지션의 공백을 메운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필립 블랑 감독 부임 후 빠르게 성장 중인 임성하의 존재도 든든하다.
이번 시즌 두 팀은 최소 4번의 대결을 더 해야 한다. ‘봄 배구’에 가서도 만난다면 최대 5번을 더 맞서야 한다. 강팀의 대결일 수록 승부는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두 팀은 오는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릴 3라운드에서 다시 만난다. 이 경기 역시 리베로 싸움이 승패를 나눌 주요 변수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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