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한동훈 ‘탄핵 찬성’ 선회에도 ‘반대’ 당론 유지
‘탄핵 동조 → 당 분열→ 정권 헌납’ 재연 우려
권영세·나경원·오세훈·홍준표 등 중진들이 제동

임기 단축 개헌 통한 ‘질서있는 퇴진’에 무게
친한·중립파 ‘소신투표’에 윤 대통령 운명 달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사실상 찬성하는 쪽으로 급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장 10시간에 걸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탄핵 소추 반대’라는 기존 당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 뿐 아니라 여권 인사들의 ‘탄핵 트라우마’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권 원로 및 중진급 인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동조 → 당 분열 → 야당에 정권 헌납’이라는 2017년의 쓰라린 기억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밤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론 변경 이야기는 없었다"며 "(‘탄핵 반대’라는 기존 당론이)유지되는 걸로 이해하라"고 전했다.

이날 의총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급히 소집됐다. 한 대표에 이어 조경태 의원이 ‘탄핵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안철수 의원도 탄핵안 표결 때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 ‘탄핵 반대’라는 기존 당론이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10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의총에도 불구하고 당론은 뒤집히지 않았다. 친윤계냐 아니냐에 상관 없이 원로·중진급 의원들이 ‘탄핵 신중론’을 펴며 제동을 건 게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로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탄핵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일각의 민심으로부터 받게 될 비판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탄핵에 가담한다면, 보수진영 전체의 존립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경원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상황과 진실을 파악해 봐야 할 때"라며 "이미 당론으로 ‘탄핵 반대’ 입장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비윤(비윤석열)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탄핵은 헌정에 중대 변곡점"이라며 "아직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야당의 주장에 동참할 수 없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포함된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도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 더 이상의 헌정 중단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혼란한 상황이지만 극단적 대립을 자제하고 국정을 수습하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중 유정복 인천시장(시도지사협의회장), 오 시장, 홍 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등 8명이 함께했다. 모임에 나타나지 않은 시·도지사도 4명도 입장문에 이름을 함께 올렸다.

원로·중진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탄핵 불가론’이 힘을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이 2년 반의 남은 임기를 다 채우게 할 수는 없다는 기류다. 시도지사협의회가 ‘탄핵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도 윤 대통령을 향해 △책임 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날 것 △임기 단축 개헌 등 향후 정치일정을 분명히 밝힐 것 등을 촉구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들의 구상은 거국 중립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게 해야 여권 분열도 피할 수 있고,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민심을 추스를 시간도 벌 수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에 끌려들어갈 경우 자칫 힘 한 번 못 써보고 정권을 헌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질서 있는 퇴진’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비상계엄 소동 3일이 지나도록 사과의 뜻도 밝히지 않은 윤 대통령이 거국 중립내각 구성과 임기 단축 개헌 요구를 수용할 지 불확실한 데다 성난 국민들이 차분히 기다려줄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에서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정도의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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