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한 잘못”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국정 혼란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직후 의원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탄핵안을 반대 당론을 확정하고 부결 방침을 세웠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이 이뤄진 작금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표결과 관련, “비록 우리가 당론을 정했다고 하지만, 의원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라면서도 “우리가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고 당론을 모아 탄핵을 막은 것은, 헌정질서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무거운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히 잘못됐다”며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스물다섯 번이나 발의된 민주당의 탄핵 남발도 결코 죄가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제는 우리 정치가 국민의 불안을 덜어드려야 한다. 그러려면 작금의 혼란을 질서 있게 수습해야 한다”며 “탄핵은 수습의 길이 아닌 증오와 혼란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가결되면 우리가 지금껏 숱하게 비판해온 민주당의 겁박 정치가 이제 헌법재판소를 향해 갈 것”이라며 “그 무거운 책임을 소수의 헌법재판관에게 떠넘기지 말고, 우리 집권여당이 오롯이 떠안고 풀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운 채 재신임을 결정했다. 거수 표결에서 79명 중 75명이 찬성했고, 반대·기권이 2명씩이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고동진·김건 의원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 원내대표 측은 “탄핵 찬반을 놓고 당내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부결을 관철한 것만으로 역할을 마무리했다고 본다”며 “현재로서는 재신임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추 의원이 계엄 해제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원내 운영으로 당내에서도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추 의원은 그동안 김건희 여사 문제로 빚어진 당정 갈등 국면에서 한동훈 대표와 대립해왔고 지난 3일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의원들을 집결시키는 데 혼선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추 의원이 옹호했다며 지난 6일 국가수사본부에 ‘내란죄 공범’으로 고발했다.
이날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한 대표는 아직까지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 시기에 지도부가 교체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을 당과 총리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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