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이 5일 오후 비상계엄 선포와 대응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이 5일 오후 비상계엄 선포와 대응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하루 만에 임면권을 행사하고 나서면서 과연 이것이 2선 후퇴가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은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행안부는 8일 "이상민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되어 입장문을 보낸다"고 공지했고,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장관 사의를 재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았다는 의미다. 이는 "윤 대통령이 조기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 담화문이 나온 뒤 얼마 되지 않아 국무위원 면직이라는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한 대표는 "임명이 아니고 사퇴 문제니까 적극적인 직무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국가정보원도 홍장원 전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이 지난 6일 임명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1차장은 차관급 공무원이다. 통상 대통령실은 장·차관급 인사의 임면에 대해 공식 공지를 내곤 했으나, 이날은 행안부와 국정원이 이 사안을 공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대통령실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이번 일은 윤 대통령이 법적 권한을 그대로 유지 중이기 때문에 사실상 2선 후퇴 상황을 밝혔음에도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딜레마가 빚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적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법적 제한은 없다. 이번과 같은 혼란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행안부 장관에 취임해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대표적인 장수 장관이다. 그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야권에 의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며 업무에 복귀했으나, 결국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1년 5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4년 후배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를 수행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함께 이른바 ‘충암파’로 불린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했던 2022년에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사회위원장을 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외협력 특보를 맡아 새 정부 출범을 준비했다. 이 장관 사퇴로 행안부는 당분간 고기동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곽선미 기자
곽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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