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하루 만에 임면권을 행사하고 나서면서 과연 이것이 2선 후퇴가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에서 "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은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행안부는 8일 "이상민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되어 입장문을 보낸다"고 공지했고,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장관 사의를 재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았다는 의미다. 이는 "윤 대통령이 조기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 담화문이 나온 뒤 얼마 되지 않아 국무위원 면직이라는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한 대표는 "임명이 아니고 사퇴 문제니까 적극적인 직무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국가정보원도 홍장원 전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이 지난 6일 임명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1차장은 차관급 공무원이다. 통상 대통령실은 장·차관급 인사의 임면에 대해 공식 공지를 내곤 했으나, 이날은 행안부와 국정원이 이 사안을 공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대통령실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이번 일은 윤 대통령이 법적 권한을 그대로 유지 중이기 때문에 사실상 2선 후퇴 상황을 밝혔음에도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딜레마가 빚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적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법적 제한은 없다. 이번과 같은 혼란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행안부 장관에 취임해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대표적인 장수 장관이다. 그는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야권에 의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며 업무에 복귀했으나, 결국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1년 5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4년 후배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를 수행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함께 이른바 ‘충암파’로 불린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했던 2022년에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사회위원장을 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외협력 특보를 맡아 새 정부 출범을 준비했다. 이 장관 사퇴로 행안부는 당분간 고기동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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