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때 시 "사랑이란? 사람을 연결하는 금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집필 계기, 과정 소개
300명 청중 "작가의 질문, 전세계 독자들에게 가닿길 소망"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7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기념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강연 자리에서 한 작가는 약 1시간 동안 자신의 문학 세계와 작품이 품은 근원적 질문에 대해 한국어로 설명했다. 한 작가의 초청을 받은 출판사 관계자들과 번역가들은 물론 수십여 명의 현지 교민까지 약 300명의 청중이 강연장을 채웠다. 긴장된 고요함 가운데 한 작가는 그가 걸어온 문학의 길을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냈다.
강연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한 작가가 우연히 발견한 유년시절의 일기장에 대한 일화로 시작됐다. 한 작가는 그 일기장 속에 남아있던 시 한 편을 읊었다. 1979년 4월, 8세의 한 작가가 쓴 것이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작가는 ‘장편’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이제는 전 세계 문학 독자들이 각국 언어로 읽는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품었던 질문들을 꺼냈다. 그는 ‘채식주의자’를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걸 위해 더 이상 인간이라는 종(種)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등의 "고통스러운 질문 안에 머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답을 기다리듯,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응시하고 저항하며. 대답을 기다리며."
그리고 2010년에 쓴 ‘바람이 분다, 가라’로 옮아갔다. 이 작품에서 한 작가의 질문은 친구의 돌연한 죽음이 결코 자살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여주인공을 통해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삶과 세계를 거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로 확장됐다. 한 작가는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011년 쓴 ‘희랍어 시간’에서는 살아남는 편, 생명의 편, 온기가 머무는 편으로 더욱 넓어졌다.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이후 900여 명의 구술이 담긴 책을 하루에 아홉 시간씩 읽었고 마침내 ‘소년이 온다’를 쓰게 됐다. ‘소년이 온다’는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는 양면적 질문을 품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갔다. 한 작가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덤과 검은 나무 기둥들이 나오는 꿈을 꾸게 된 한 작가는 다시 한 번 ‘소년이 온다’와 같은 방식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위해서였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을 향해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스톡홀름=장상민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