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학적 자식 400명 태어나
찾아온 아이에 기막힌 스님과
代잇는다며 즐거운 할아버지
전통·변화 속 갈등·화해 담아
변호인 연출 양우석 감독 작품
“가족은 서로서로 보듬어줘야”
11일 개봉하는 ‘대가족’(감독 양우석)의 주인공은 가족 3대다. 하지만 대(大)가족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 해체의 시기에 가족에 대(對)하여 곱씹을 주제를 던진다.
노포 맛집 평만옥을 운영하는 무옥(김윤석 분)은 무뚝뚝한 얼굴로 하루종일 만두만 빚는다. 남부러울 것 없던 의대생 아들 문석(이승기 분)이 출가해 승려가 된 후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어느 날, “문석이 우리 아빠”라며 두 아이가 찾아온다. 이미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문석은 기가 막히지만, 무옥은 “함씨 가문의 대를 잇게 됐다”며 기뻐한다.
여기까지는 다소 평범해보인다. 그러나 ‘대가족’은 이 기본 설정 위에 코믹과 휴먼을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하게 이야기를 직조해간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200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유지하려는 무옥과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려는 문석의 대립과 화합이 웃음을 기반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문석이 의대에 재학하던 시절, 불임부부를 위해 우수한 DNA를 가진 문석에게 정자 기증을 요청하는 대학 은사의 이야기는 꽤 개연성있다. 이 때 문석은 500번 넘게 정자를 기증했고, 그렇게 그를 생물학적 아버지로 둔 400여명이 태어났다. 이들 중 2명이 문석을 찾아온 것이고, 이미 불교에 입문한 문석은 이성적으로 그의 과거 행적을 되짚는다.

평만옥과 만두는 ‘대가족’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숲 사이에서 자리한 평만옥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이으려는 무옥의 모습과 꼭 닮았다. 실존하는 유명 노포를 참조해 만든 한옥 세트는 ‘대가족’이 제시하는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만두를 빚는다’는 행위는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제는 방에 앉아 묵묵히 홀로 만두를 빚는 무옥이 “만두 1개 팔아 400원 남긴다”면서도 손주들을 위해 주저없이 지갑을 여는 모습은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흐뭇하다.

아울러 ‘대가족’는 소소한 반전을 넣어 이야기가 도식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한다. 가족극이 범하는 신파의 함정에도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눈물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럴 수 있다’는 먹먹한 마음을 품게 하는 수준에서 더 등떠밀지 않는다. 특히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준다. 대립과 화합을 반복하는 김윤석, 이승기의 연기는 탄탄하고, 두 아역 배우의 쓰임도 적절하다. “자식에게 부모는 우주요, 부모에게 자식은 신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능한 신이나 간절히 평생을 섬기는 신”이라는 노(老)승려(이순재 분)의 내레이션은 가족의 형태를 완성해가는 이들의 모습과 맞물려 울림을 준다.
다만 107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했다. 가족 구성원과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보듬다 보니 만두소를 가득 담은 만두처럼 여백의 미가 부족하다. 다만 만두피가 터져 내용물이 새는 우(愚)를 범하진. 12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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