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이글스 ‘데스페라도’
풍악 소리 울리면 아이들은 신이 났다. 잔치가 끝나면 엄마가 백설기를 받아오실 거다. 지금은 어떤가. 백일잔치는 주인공(신생아) 없어 못 하고 환갑잔치는 (너무 젊어서) 경로당 눈치 보여 안 한다. 잔치가 문제가 아니다. 마을 자체가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노래 세상은 처지가 다르다. 옛날의 금잔디는 전설의 고향이 되어 가지만 음악동네는 걱정 안 한다. ‘잔치 잔치 벌였네 무슨 잔치 벌였나 복순이가 시집가고 삼돌이가 장가가요’ 특이한 건 생애주기별로 잔치가 이어진다는 거다. 2절에선 ‘복순 아씨 아기 낳고 삼돌 씨가 아빠 됐네’ 3절에선 ‘복순 할미 말대로 삼돌 영감 환갑이요’ 노래 제목도 그냥(마냥) ‘즐거운 잔칫날’(1966)이다. 원곡 가수(블루벨즈) 인기가 대단했다. 사회자는 ‘지금 막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남성 4중창단 블루벨즈’라 소개했지만 의혹을 제기한 관객은 없었다. 그러려니 했다.
‘열린 음악회’나 ‘불후의 명곡’엔 남성 4중창단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팬텀싱어’가 만들어낸 크로스오버들이다. 포르테 디 콰트로, 포레스텔라, 라포엠, 리베란테… 끊어 읽기도 수월치 않은 이름들인데 뿌리를 더듬어가면 블루벨즈, 쟈니브라더스, 봉봉4중창단이 나온다. ‘팬텀싱어’ 출신들이 60년 후에도 이름을 남기려면 분명한 히트곡 하나 정도는 만들어내는 게 낫겠다. 선곡보다 힘든 건 신곡이다. 명가수는 남의 노래를 골라 잘 ‘부른’ 가수가 아니라 나의 원곡을 남의 기억 속에 ‘남긴’ 가수다.
노래도 나이를 먹는다. 1960년대에 나온 ‘즐거운 잔칫날’ 1절엔 신혼 첫날 풍경이 펼쳐진다. ‘뜰엔 동백꽃 향기 넘쳐흐르고 신방에는 사랑 사랑 넘치네’ 이미자가 부른 ‘동백 아가씨’도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같은 해(1964) 서양에선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음악이 탄생했다. 영어로는 ‘A Fistful of Dollars’(한 줌의 달러)인데 누군가 ‘황야의 무법자’로 개명했다. 당시 휘파람 좀 부는 친구들은 죄다 이 주제곡을 입에 달고 다녔다.
오늘은 황야의 무법자가 아닌 이글스(Eagles)의 ‘무법자’(Desperado·1973)를 만난다. 갈피를 못 잡는 그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건다. ‘Desperado Why don’t you come to your senses’(무법자여 정신 좀 차리세요) 대답이 없으니 얘기를 이어간다. ‘You’ve been out ridin’ fences for so long now’(지금까지 너무 오랫동안 담을 쌓고 살았잖아요) 불현듯 그 사람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낸다. 힐끗 봐도 화려하다. 유혹은 현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Don’t you draw the queen of diamonds, boy’(다이아몬드 퀸은 뽑지 마세요, 그대) ‘She’ll beat you if she’s able’(그 사람은 당신을 이길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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