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속의 This week
지난 2022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였다. 70년 동안 재위하며 영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여왕은 태어날 당시엔 왕위에 오를 가능성이 미미했다. 아버지 조지 6세는 선대 왕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런데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즉위 1년도 안 돼 왕위를 버리는 바람에 운명이 바뀌었다.
1936년 12월 11일,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전날 퇴위 문서에 서명한 후 이날 BBC 라디오 방송을 통해 퇴위를 공식 선언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왕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사랑한 여인은 이혼 경력이 있는 유부녀 월리스 심프슨이었다.
두 사람은 에드워드 8세가 왕세자 시절이던 1931년 한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미국인 심프슨은 첫 번째 남편과 이혼 후 사업가와 재혼한 상태였다. 사교계의 유명 인사였던 심프슨은 세련된 스타일과 재치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왕세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졌다.
1936년 1월 조지 5세가 사망하자 에드워드 8세가 보위에 올랐다. 즉위 직후부터 그는 심프슨과의 결혼을 추진했지만, 어머니인 메리 왕비를 비롯한 왕실은 물론 내각과 여론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평민 출신의 미국인 이혼녀를 국모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혼은 하되 (심프슨) 신분은 결혼 전 상태를 유지해도 좋다는 에드워드의 귀천상혼(貴賤相婚) 제안도 스탠리 볼드윈 당시 총리는 내각 총사퇴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거절했다.
결국 에드워드 8세는 재위 11개월 만에 스스로 왕위를 포기했고, 이는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른 사람은 동생 조지 6세였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실제 주인공인 조지 6세는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감동적인 연설로 영국 국민의 단합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에드워드 8세는 조지 6세로부터 ‘윈저 공작’ 작위를 받았다. 양위 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이혼 절차를 마무리한 심프슨과 1937년 6월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은 16명뿐, 왕실에서는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던 쓸쓸한 결혼식이었다. 그해 부부는 아돌프 히틀러의 초대로 독일을 방문했다. 에드워드 8세는 왕세자 시절부터 나치에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1936년 영국을 떠난 후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윈저공 에드워드 8세는 1972년, 심프슨은 1986년 세상을 떠났다. ‘세기의 로맨스’로 기억되는 두 사람은 영국 윈저성 안에 나란히 묻혀 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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