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습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진 의원 회동 장소에 윤상현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습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진 의원 회동 장소에 윤상현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국민과 동떨어진 여당 인식

김재섭 “형, 나 엄청 욕 먹는다”
윤상현 “1년 지나면 의리있다 해”

홍준표 “용병인 尹이 탄핵되는 것
보수 진영 탄핵되는 것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집권 여당의 일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자기 잇속을 우선하는 황당한 언행으로 비판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당론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한 같은 당 초선 김재섭 의원에게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고 말했다는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맞물린 탄핵 여론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한 것이다. “형(윤 의원), 나 지역(서울 도봉구)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어떻게 해야 하냐”는 김 의원에게, 윤 의원은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했다. 끝까지 갔다. 그때 나 욕 많이 먹었다”며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물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나름”이라며 “그런데 1년 후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며)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 와중에도 향후 선거부터 걱정하는 것으로 비치는 발언이다. 또 윤 의원은 “본인(윤 대통령) 뜻을 제대로 해명하고 법적 심판을 확실히 받으면서 명예롭게 상황을 정리하도록 도와드리는 게 최선의 예의”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제 이름이 언급되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방송에) 나간 것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윤 의원에게 악화된 민심을 전달하고 당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그대는 아직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는 “윤 대통령도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 시장은 불과 2시간 전 게시물에서는 “탄핵되더라도 용병 윤통(윤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고 한국 보수진영이 탄핵된 게 아니다. 우리는 용병 하나 선택을 잘못했을 뿐”이라며 당과 대통령을 분리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네(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 그건 탄핵절차밖에 없다”고 썼다. 하지만 홍 시장은 지난 6일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2선 퇴진 및 비상 거국내각 구성 등을 제안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관련기사

서종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