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韓 공동 국정’ 위헌 논란속
韓총리 “전복어선 구조” 첫지시

재의요구권 등 대통령 고유권한
총리가 행사할 법적 근거 없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대통령 직무 공동대행’ 체제를 두고 위헌·위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한 총리는 9일 경주 어선 전복 사고에 대한 수습을 첫 긴급 지시로 하달하며 정국 수습에 몰두하고 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따라 내각에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나 상설특검법 등이 넘어올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대응이 주목된다. 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의 ‘소극적 권한’ 행사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 가능성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정식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한 총리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이날 경북 경주시 감포항 인근 해상에서 선원 8명이 탑승한 어선이 충돌한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행정안전부 등에 인명 구조를 긴급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스스로 국정을 당과 정부에 일임하겠다고 밝히고 ‘2선 후퇴’를 시사하면서 한 총리가 관계부처에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각과 공무원 사회에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것을 거듭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총리가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처럼 비추어지면서 위법성 논란이 나오는 형국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법적으로 직무가 정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직 사회 내부에서도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국정 운영이 단기 처방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있다. 대통령의 궐위나 유고가 아닌 상태에서 총리가 국군통수권, 조약 체결·비준권, 재의요구권 등 대통령 고유권한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표와 한 총리 간 대통령 직무 공동대행 체제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 입장 차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한 대표는 7일 탄핵안 폐기 직후 “대통령은 퇴진 시까지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총리실은 한 총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까지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다”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는 기조에 변동이 없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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