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박대권(31)·김미지(여·31) 부부
“니, 조개 물래?” 서울 여자가 무심코 쓴 경상도 사투리가 결혼의 시발점이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요.
저(미지)와 남편은 대학 동기로 만나 11년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은 장수 커플입니다. 첫 만남은 대학교 신입생 동기 모임 때였어요. 축구선수였던 남편이 경기에서 승리한 날이라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축하의 의미로 소주 한 컵을 원샷 했습니다. 술을 잘 못했던 남편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2차에 갔는데요. 남편이 너무 힘들어 보여 제가 안주로 나온 탕의 조개를 발라 줬어요. 친구에게 배운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요. 나중에 알고 보니, 경상도 출신인 남편은 서울 사람인 제가 쓰는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 귀여워서 반해버렸다고 해요.
그다음 날, 남편이 속은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오면서 저희의 썸이 시작됐어요.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눈치챘죠. 결국, 남편이 메시지로 고백했어요. 직접 만나서 한 고백은 아니지만, 장문에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느껴져 사귀기로 했답니다. 남편은 당시 자기 말고도 저에게 관심 있던 동기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절 뺏기기 싫어서 용기 내 고백했다고 해요.
여느 커플처럼 이별의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대학교 4학년 때, 남편은 프로축구팀에 입단해 지방으로 내려가게 됐어요. 저는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경기 지역에서 생활했죠. 둘 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적응 기간도 필요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없어지다 보니 무척 예민해졌어요. 결국, 헤어질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품은 채 남편을 보러 김해로 내려갔는데요. 막상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니 누구보다 서로를 위한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됐어요.
저희는 지난 11월 결혼했는데요. 큰 행복을 바라기보다 퇴근하고 같이 밥 먹고, 술 한잔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소소한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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