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45년 만의 12·3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삼권분립 헌정 파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10년 이상 뒷걸음쳤을 것이다. 군 병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 점거에 이어 국회의원 체포까지 시도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내란죄에 엮인다는 걸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모를 리 없을 텐데 도대체 왜 그런 초대형 사고를 쳤는지 미스터리이다. 12·12 쿠데타 때도 국회는 봉쇄했지만, 국회 경내에 진입하거나 국회의원 체포 시도는 하지 않았다.

‘김정은 기 살리는 자폭성 계엄’ ‘프리고진보다 못한 쿠데타 수준’ 등 조롱이 쏟아진다. 김건희특검법 통과와 이어지는 명태균 게이트 등에 대한 불안·위기의식·분노가 겹쳐 사고를 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문제만 나오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국면전환설에 가세했다. “대통령 부부의 선거 공천 개입 의혹 열쇠를 쥐고 있는 명태균 씨가 구속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7월 계엄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위기에 처한다면 친위 쿠데타 내지는 친위 경비계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계엄설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11월 말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이 김건희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첩보 등이 계엄 실행 속도를 앞당겼으며,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듯하다. 한 대표가 8일 본인이 체포 대상이었다고 밝힌 것과 맞아떨어진다. 국민이 납득할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이 아니면 탄핵이 답이다.

계엄군 지휘부의 폭로전과 양심고백이 줄을 잇는 가운데 9일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707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다.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계엄군이 의원 150명이 안 되게 끌어내기 위해 투입됐음을 밝혔다. 일각의 ‘경고성 계엄’ 주장은 허위였던 셈이다. 그는 “실탄 휴대도, 저격수 배치도 없었고, 총기가 빼앗길까 우려돼 몸싸움은 했으나 총구를 겨눈 사람은 없었다”며 “(계엄령) 법적 지식이 있었다면 절대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고, 어떠한 명령을 받더라도 국민들께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백배사죄했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대통령실 이관을 주도하고 경호처장과 국방부 장관을 거치며 군 수뇌부 인사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을 잘 모르는 군 통수권자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을 맹신한 나머지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한 예비역 장성은 “사적 인연이 얽힌 경호처장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 및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의 지리적 근접으로 인해 대통령의 군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 발휘 가능성이 증폭됐다”고 분석했다. 국방부 장관직은 현 ‘청문회’ 수준에서 ‘국회 동의’ 수준으로 강화하고, 중립적 인사나 문민 장관, 전역 8년 이상 예비역 군 출신 임명 등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정치권이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렸으면 한다.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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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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