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70주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운열 회장
기업 주가 상승 불편, 대주주뿐
상속·증여세 부담 높아지는 탓
세율낮추면 공장 해외이전 줄 것
회계감사는 비용이 아닌 투자
공약‘회계기본법’내년에 추진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 검사로
세무사 허용한 대법 판결 유감
회계감사 원상회복 위해 노력
인터뷰 = 임대환 경제부 부장 hwan91@munhwa.com
“우리나라는 기업 주가가 올라가면 불편해하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습니다. 바로, 대주주입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 바로 상속세와 증여세 때문입니다.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바로 이 상속세와 증여세 사슬을 끊어줘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과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까지 지낸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웬만큼 담이 크지 않고서야 민주당에 몸을 담았던 인사가 상속세 개편을 주장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최 회장은 상속·증여세 개편과 함께 회계 투명성 제고가 기업 밸류업 뒷받침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11일 한공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최 회장과 만났다.
―회장에 취임한 지 7개월가량이 지났다. 그동안의 활동 성과와 향후 역점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
“회장 취임 후 지난 7개월 동안 정부·언론·국회·학계, 그리고 기업계 주요 인사 및 단체들을 방문해서 회계투명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극 소통하고 공감했다. 2017년 단행된 회계개혁은 국회와 정부, 언론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이때 ‘주기적 지정 감사제’와 ‘표준감사시간제’가 핵심제도로 도입됐다. 시행 6년이 경과한 지금, 회계개혁이 도입 초기와는 달리 운영적인 측면에서 다소 후퇴한 부분이 있다. 제도가 훼손되지 않고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 특히, 현재 회계감사 환경이 제도를 완화해도 될 정도로 개선됐는지 다시 한 번 면밀히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회계감사를 통한 회계 투명성 확보가 비용이 아니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투자’임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국회의원 시절 ‘신외감법’ 제정을 주도하셨다. 시행 6년을 맞았는데, 그간 회계개혁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회계개혁법이라 불리는 신외감법 시행 이후 회계투명성 향상에 대한 학계나 투자자의 긍정적인 평가가 연이어 발표되는 등 성과는 분명하다. 한공회는 앞으로도 회계개혁 제도의 긍정적 효과 등에 대한 지속적인 실증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수치로 입증함으로써 긍정적 평가가 계속되도록 노력하겠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 일부 제도가 유예되거나 완화되는 측면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도 정부·국회·언론·기업과 수시로 소통해 ‘회계감사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회계개혁이 흔들림 없이 시행됨으로써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이바지하겠다.”
―그러나 경영계 일각에서는 이 법을 두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제도 폐지 내지 완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품질 제고의 핵심제도다. 일부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는데, 제도 도입의 근본적 배경으로 지적된 기업지배구조가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주기적 지정제 폐지나 완화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며, 제도 시행 후 공과에 대한 충분한 실증적 데이터를 토대로 논의한 후 제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기업들의 밸류업은 당연히 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굉장히 심하지 않나. 이에 대해 학자들의 분석은 2가지로 나뉜다. 바로,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이다. 우리나라는 소위 ‘재벌’이라고 하는 특이한 기업 소유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배주주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추진할 때 우수한 지배구조 평가를 받으면 주기적 지정제를 면해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앞장서서 반대했다. 지배주주와 회계 투명성은 ‘and’이어야지 ‘or’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을 못 믿겠다는 게 한국 주식 가격이 내려간 이유다.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방안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완화해 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기업 가치는 올라간다. 그러면 주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주가가 올라가면 불편한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 바로 대주주다. 상속·증여세 때문에 그렇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나 증여세도 높아지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을 쓰다가 사법처리 당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 사슬을 끊어주는 게 밸류업이다.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만 낮춰주면 일감 몰아주기도 안 할 것이고,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 세원이 넓어져서 세수가 늘어난다. 세율을 낮춰야 궁극적으로 세원이 확대된다. 대주주가 배당을 올리면 세금으로 다 나가는 데 뭐하러 배당을 늘리겠나.”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기업이 경영 활동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의원 시절, 양대 노총이 내 방에 와서 싸울 때도 그랬다. 기업이 망하면 당신들 일자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과 대화가 쉽게 됐다. 민주당 의원답지 않게 친기업적인 정책을 주장한다고 해서 얘기가 잘 됐다. 그래서 회계 투명성도 얘기하니 다 동의하더라. 자유수임제에서는 감사인(회계법인)과 피감사인(기업)이 최소한 동등한 위치이거나 감사인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기업이 불편을 좀 느껴야 회계 투명성이 높아진다. 감사인이 기업에 휘둘리게 되면 외부 감사가 제대로 될 수 없고, 그러면 회계 투명성도 이룰 수 없다.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경영 성과도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세무사가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 기관의 사업비 결산서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판결이 회계업계와 지자체의 재정집행 및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지난 10월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지자체장이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을 관리·감독함에 있어 재량이 허용되고, 서울시 조례안의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업무의 명칭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엄격한 회계 검증이 아닌 간이한 검증 수준으로 하향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가 검사해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 지자체 민간위탁사업비에 대한 회계감사는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비의 부당집행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투명한 재정집행의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어서 유감스럽다. 민간위탁사업비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면 사업비 부정 사용 사례가 늘어나고, 세금 집행에 대한 관리부실로 이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귀결된다. 또,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해온 공공·비영리 부문의 회계 투명성 강화에 찬물을 끼얹고 역행한다는 지적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공회는 잘못된 조례가 원상 복원되도록 서울시의회를 대상으로 계속 설득해 나가고, 지방재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률 개정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공약 사항으로 ‘회계기본법’ 제정을 내걸었다. 회계기본법의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근 한국회계학회와 함께 ‘회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논의된 사항을 중심으로 내년에 회계기본법의 구성 및 검토 항목, 로드맵 수립 등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회계제도는 주식회사 등의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의 회계를 규율하는 법률로 산재돼 있어, 국가 전체적으로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보이용자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사회적 신뢰 또한 저하시켜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 필요하다. 회계기본법에는 모든 조직이 회계정보를 공시하고, 외부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해 투명성을 제공하도록 한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외부감사제도를 의무화하고, 발생주의와 복식부기를 포함한 표준화된 회계원칙도 도입한다. 조직 유형별로 상이한 회계 용어와 규정 통합을 통해 회계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정책결정자와 정보이용자의 혼란도 제거한다. 또, 조직 형태와 관계없이 회계정보의 생산, 공시, 감사, 감독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일관된 정책수립과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회계업계에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신입 회계사들이 수습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현장 취업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각에서는 업계 현실을 무시한 지나치게 많은 회계사 선발 규모가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자격징계위원회를 통해 2025년도 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전기 대비 50명 감소한 1200명으로 발표했다. 그간 계속 증가해 오던 회계사 선발 인원 증원 추세가 20여 년 만에 축소로 전환되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금융위와 함께 올해 수습처를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를 위한 지원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향후 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 인원 결정과 관련한 연구 등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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