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덕수, ‘국민께 드리는 말씀’
“계엄 일관되게 반대했었다
변명·회피 없이 책임질 것”
야당 ‘내란공범’ 비판 우회반박
‘안정적인 국정 운영’ 피력도
대통령 권한 이어받지 못해 통치권 불분명
‘권한없는 권한대행’ 논란 가중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하였으나 끝내 막지 못한 것을 깊이 자책하고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소임을 다하고, 제가 져야 할 책임을 변명이나 회피 없이 지겠다”고 11일 밝혔다. 계엄 후폭풍으로 국정 마비 사태가 현실화하고 자신에 대한 수사까지 임박하자, 총리로서 마지막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적 고유권한을 정상적으로 이어받지 못해 총리의 ‘통치권’이 불분명한 만큼, 국정 전반을 이끌어 가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공지문을 배포하고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계엄 공범’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은 전에 없던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현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한 총리의 ‘권한 없는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공고한 것으로 평가받던 한·미 동맹을 포함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은 ‘패싱’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소통 상대로 여전히 윤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지만 통수권자로서 윤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 등 권한 행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부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미국으로선 윤 대통령이 체포되거나 탄핵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총리는 아무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권한이 없는 총리와 정상 외교를 하게 되면 내정 간섭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외교적 교류를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미국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번 주 계획했던 방한을 보류했고, 일본과 조율했던 내년 1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 방한도 올 스톱 된 상황이다. 올 들어 개선 조짐을 보였던 대중국 관계도 불확실성에 놓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김대기 주중대사 내정자 부임 일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새 대사의 부임에는 국가원수의 신임장이 필요하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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