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긴급질의 응답 과정서
합참 결심실·지휘통제실 누설
수십년 쌓은 軍자산 北에 노출


국회가 ‘12·3 비상계엄’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의 무분별한 질의와 군 장성들의 책임 회피성 답변으로 인해 군사기밀이 유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도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군 당국의 정보 자산들이 북측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결심실)과 지휘통제실 등에 대한 정보가 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노출됐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철진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에게 ‘합참 지휘통제실의 결심실에서 평소 누가 업무하는가’라고 물었고, 김 보좌관은 “특별한 화상회의 때 쓰는 걸로 안다”고 답변했다. 결심실은 군의 ‘보안시설 중 보안시설’로 꼽히는 핵심 지휘소로 관련 내용은 군사 기밀에 해당한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해명 과정에서 합참 지휘통제실 위치를 묘사해 논란이 일었다. 박 총장은 “(합참) 지휘 통제하는 곳의 위치와 개념을 설명 드리고 싶다”며 지휘통제실과 전투통제실의 위치를 말했고,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층수를 다 얘기해도 되는 겁니까. 보안사항에 걸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박 총장은 “전투통제실은 C4I(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를 전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작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 있다”고 했고,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참모총장이 중요한 전투 시설 개념을 얘기하고 있다. 이건 끊어주셔야 한다”며 답변을 재차 제지했다.

이날 유사시 군 전쟁 지휘부가 차려지는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 현황과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의 실명 등 기밀 사항도 질의응답 과정에서 다수 공개됐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군의 ‘평양 무인기 기획’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선 드론작전사령부 내 화재 사실이 외부에 노출됐다. 이와 별개로 군인권센터는 전날 비공개 성능점검 비행을 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의 이륙 사실을 공개해 ‘대통령 도피설’이 불거지는 등 한때 소란도 일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이날 국회 답변 과정에서 “정보 요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며 “저희가 쌓아온 자산들이 하나씩 날아가는 것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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