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탄핵 반대’라는 당론을 계속 유지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처럼 ‘탄핵 반대·표결 불참’을 고수했다간 회복할 수 없는 국민적 비난으로 더는 정치생명을 부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1차 표결에서 3명의 이탈자가 나왔는데 또다시 ‘집단 퇴장’이라는 카드를 썼다간 ‘내란 비호당’이란 비난과 함께 ‘위헌정당해산심판’이라는 쓰나미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와 부담 때문이다.
10일까지 여당에서 표결에 참여하거나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모두 6명이다. 여기에다 찬성 표명 의원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범야권 192명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명만 찬성해도 탄핵안은 가결된다.
이제 관심은 ‘탄핵 반대’에서 이탈하는 의원들이 얼마나 나올지에 쏠리는 만큼, 변화한 상황을 인정하는 당 지도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한동훈 대표는 2차 탄핵안 표결에 대한 당론을 정함에 있어 윤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을 정한 ‘퇴진 로드맵’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승부수로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조기 퇴진 로드맵’(3월 퇴진 후 5월 대선, 또는 4월 퇴진 후 6월 대선)을 가지고 친윤계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친윤계가 이 로드맵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친한계는 ‘질서 있는 퇴진’ 카드를 버리고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친윤계가 이를 수용할 경우 탄핵 반대라는 종전의 당론은 그대로 유지된다.
한 대표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을 받지 않고 이런 로드맵을 고집하는 것은, 탄핵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선거 지형을 만들어 주지 않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정치공학적 발상 때문이다. 물론 기울어진 민심의 운동장에서 공정 경쟁을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무시할 순 없다. 한 대표가 내놓는 ‘직무 정지’나 ‘질서 있는 퇴진’은 내란죄 구속수사와 같이 대통령 구속에 따른 ‘사고’를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사고’로 국무총리가 직을 대행하게 되고 사법적 판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살려 ‘질서 있는 퇴진’을 해보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런 로드맵은 분노한 민심을 반영하지 않은 정치공학적 발상이라 더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다수 국민은 내년 3∼4월의 대통령 하야가 아니라, 지금 당장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선 시간을 벌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대선을 하고 싶겠지만, 더 큰 화만 부를 뿐이다.
대한민국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국회법 제114조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며 의원 자율성을 강조한다. 지금은 개별 의원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이에 2차 탄핵 표결에는 ‘탄핵 반대, 표결 불참’ 카드를 폐기하고 자율 투표를 허용하는 새로운 당론을 정하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