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의 Deep Read - 尹·李 ‘닮은꼴 리스크’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는 과잉신념 따른 상황오판 결과…통치불능의 ‘정치적 코마’에
尹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에 탄핵 수순 빨라져… 대선 국면 李 사법 리스크 향배도 관심
◇尹의 신념 리스크
이번 사태와 관련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가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모리스 이스트 등이 쓴 ‘대통령 의사 결정 모델’에 따르면, 대통령의 상황에 대한 정의, 신념과 동기, 인식, 통치 스타일과 심리적 상태 등이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다.
대통령이 의사 결정을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정의다. 때로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동기를 찾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때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감정적인 상태가 최종적으로 의사 결정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왜 무모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에 대한 추론과 설명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국회 다수 의석을 갖는 야권이 판사를 겁박하고 장관·감사원장·검사에 대해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을 농단하고, 포퓰리즘 입법을 강행하면서 행정과 사법이 마비되고 있다고 여겼다. 부정선거에 대한 과잉신념 속에서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국회를 충격적인 방법으로 장악하는 것을 ‘행동 지침’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실 참모와 당을 배제한 채 자신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식 리더십과 강성 친윤·고교 동문과 같은 측근들과만 소통하는 폐쇄적 리더십이 비상계엄과 같은 ‘악마적 수단’을 선택한 촉발 요인이 됐다. 여기에 믿었던 사람의 배신에 대한 증오와 분노, 김건희 여사 특검 채택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커진 심리적 압박과 분노 조절에 실패해 시대착오적 망상에 사로잡혔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요약하면 확증편향에 따른 상황 오판, 잘못된 신념과 불순한 동기, 충격적 방안 선호, 만기친람의 폐쇄적 리더십, 분노와 압박의 감정적 일탈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나타난 결과가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자살’이었다.
◇대통령의 거취
향후 탄핵 국면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현재는 여당의 ‘퇴진론 모색’과 야권의 ‘반복적 탄핵’ 간 싸움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여당이 당초 제기했던 ‘질서 있는 퇴진’은 ‘대통령 탄핵 없이 2선 후퇴,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직 권한대행체제, 대통령의 빠른 퇴진(하야)’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질서 있는 퇴진’의 원형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전 여권에서 제기된 구상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국회 탄핵소추안이 여당 의원 62명의 이탈(찬성)로 가결됐다. 지금의 탄핵 상황은 전적으로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촉발됐지만, 윤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개인적 일탈로 탄핵 논란을 촉발했다. 현재 검·경·공이 경쟁적으로 대통령을 ‘내란의 우두머리’로 수사 중이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대국민담화에서 ‘거취와 국정 운영을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에 근거한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은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야당의 협조와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가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한덕수 대통령직 권한대행체제’ 구상 또한 힘을 받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동훈 대표의 메시지도 오락가락했다. 국민의힘이 당초 탄핵 반대 당론을 결정했던 핵심 이유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상납하게 된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놓음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고, 여당의 단결을 가져오는 데에도 실패했다. 한 대표는 12일에야 “지금은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탄핵 열차
이번 탄핵 국면이 2016년의 그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요인 중 하나는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이 대표가 한 대표보다 큰 차이로 앞서지만,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았다. 내년 상반기 중 법원의 최종심이 내려지면 어찌 될지 모를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게 잠시라도 대통령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여당 전체 분위기는 선거법 위반 최종심이 내려질 때까지 대선 시간표를 미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탄핵 혹은 하야 여론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당 내 정국안정화태스크포스(TF)가 ‘내년 2월 퇴진-4월 대선’ ‘3월 퇴진-5월 대선’ 등 안을 의원총회에 보고한 것은 한 대표의 생각을 반영했다.
윤 대통령은 조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하야보다는 탄핵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라며 자진 하야나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14일로 예정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회는 10일 이른바 ‘내란 특검’으로 명명한 상설특검법안을 가결했고, 여당 의원 2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14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국민의힘이 자율투표 원칙을 정한다면 탄핵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정치에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을 준다. 하나, 지도자가 ‘확증편향의 덫’에 걸려 상황을 오판하면 나라 전체에 비극을 몰고 온다. 둘, 권력자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거나 국가기관을 악용하면 몰락한다. 셋, 인사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가져온다.
◇이재명 리스크
윤석열 정권이 붕괴하면 조기 대선이다. 국민 시선은 이재명 대표로 쏠릴 것이다. 사법 리스크의 덫에 걸린 이 대표에 대한 국민 반감도 강하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정치보복이라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고, 국회를 방탄 수단으로 악용하며, 맹목적 충성파에 둘러싸여 있다. 여차하면 윤 대통령처럼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대통령 의사 결정 모델’은 미국의 정치학자 모리스 이스트, 스티븐 샐모어, 찰스 허만의 공저 ‘Why Nation Act’에 나오는 내용. 정치 지도자의 개인적 특성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태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로, 정보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편향의 일종.
■ 세줄요약
尹의 신념 리스크 : 비상계엄 사태는 대통령의 확증편향과 과잉신념, 충격적 방안 선호, 분노와 압박의 감정적 일탈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나타난 결과. 이는 현재 통치불능의 ‘데드 덕’ ‘정치적 코마’를 초래.
탄핵 열차 : 여의 ‘퇴진론 모색’과 야의 ‘반복적 탄핵’ 간 싸움이 이어지지만, 대통령은 조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차라리 탄핵을 선택. 야권은 잠시라도 대통령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탄핵 수순은 불가피.
이재명도 리스크 : 윤 정권 붕괴 후엔 조기 대선. 사법 리스크의 덫에 걸린 이재명에 대한 국민 반감도 강함. 그 역시 과잉신념과 확증편향에 빠져 국회를 방탄 수단으로 악용 중. 대선 국면에서 국민 시선은 이재명에게 쏠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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