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암센터 병동에서 몽골 심장병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심우섭(뒷줄 오른쪽 첫 번째)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연소영(왼쪽 첫 번째) 사회복지팀장과 함께 손하트를 만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곽성호 기자
지난달 25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암센터 병동에서 몽골 심장병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심우섭(뒷줄 오른쪽 첫 번째)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연소영(왼쪽 첫 번째) 사회복지팀장과 함께 손하트를 만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곽성호 기자


■ 가천대길병원, 5명 무료수술… 28년간 17개국 456명 치료

지난 6월 울란바토르 의료봉사
복합질환·경제적 사정 등 판단
한국으로 초청해 빠르게 수술

환아 가족 “병 완치돼 너무 감사
다시 없을 사랑 넘치게 받았다”
완치 아이들 꿈 ‘의사’로 바뀌어
길병원 “의료지원 멈춤 없을 것”


인천=권도경·유민우 기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800㎞ 떨어진 홉스골에 사는 상치르(3) 군은 태어난 직후 다운증후군과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았다. 치료는 생후 6개월 때부터 시작됐다. 갑상선기능저하증도 겹쳤다. 감기만 걸려도 바로 폐렴으로 악화됐다. 아이는 돌이 될 때까지 입·퇴원을 반복했다. 3개월마다 12시간씩 달려 울란바토르로 가 의사에게 겨우 정기진료를 받곤 했다. 의사는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포기하라고 했다. 모친인 무크자르(여·44) 씨는 마지막으로 한국에 가보자고 결심했다. 지난 6월 말 울란바토르에 온 가천대길병원 의료봉사팀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74명을 진료한 후 수술이 시급하다고 선정한 5명에 상치르 군이 포함돼서다.

지난달 25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암센터에서 만난 무크자르 씨는 “몽골에선 의사를 만나기도 어렵고, 만난다고 해도 경과관찰만 하면서 아이가 곧 죽을 것이라고 말해 좌절감이 컸다”며 “부모로서 두려웠지만 아이가 안고 있는 두 가지 병 중 하나라도 고쳐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모자는 다른 환아들과 함께 지난달 4일 입국해 이틀 후 심방중격결손 수술을 받았다. 심방중격결손은 좌우 심방 사이 중간 벽에 구멍이 난 선천성 심장질환이다. 성장하면서 구멍이 커지면 심부전, 심방 부정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크자르 씨는 “아이가 아프니까 온 가족이 같이 아픈 것처럼 살았다”며 “심장병을 고쳐서 그거 하나만이라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해서도 아이가 무료로 수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며 “외국에서 수술받는 것이 겁이 났지만 한국 의사들을 믿었다”고 했다. 한국으로 함께 입국한 환아 부모들이 가장 만족한 것은 한국 의사들이 따뜻하다는 점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비싼 수술이라고 들었다”며 “한국에 도착해서도 아이가 무료로 수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아이와 함께 퇴원한 무크자르 씨는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을 한국에서 넘치게 받았다”면서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남겼다.

몽골 심장병 어린이들이 지난달 26일 완치 행사에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선물한 손편지.    가천대길병원 제공
몽골 심장병 어린이들이 지난달 26일 완치 행사에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선물한 손편지. 가천대길병원 제공


이번에 수술받은 아이들 꿈은 어느새 ‘의사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5일 심실중격결손 수술을 받은 프레브자브(9) 군은 “원래 말을 키우는 사람이 장래희망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느 몽골 아이들처럼 말을 좋아하는 프레브자브 군은 완쾌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 말을 타고 싶다고 했다. 몽골로 돌아가면 동생과 뛰어놀고 싶다는 빈데르야(여·6) 양의 꿈도 치과의사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달 26일 병원장, 의료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술받은 아이 5명의 퇴원을 축하하는 완치행사를 열었다. 이번 수술은 가천대길병원 의료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가천대길병원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17개국 심장병 어린이 총 456명을 치료했다. 이 병원은 매년 2차례씩 몽골, 캄보디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의료봉사를 나가 현지 진료를 한 후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아를 선정한다. 대다수 환아는 한국 기준 중위소득 30%에 해당하는 저소득 계층이다. 수술비는 환아 1명당 약 4000만 원이 든다. 밀알심장재단이나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한국로타리클럽 등에서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가천대길병원이 수술비의 70∼80%를 부담하고 있다.

연소영 가천대길병원 사회복지팀장은 “수술 환아를 선정하는 일은 의료적인 기준과 경제적인 기준에 따른다”며 “현지 병원이 수술하기 힘들다고 했거나 상태가 안 좋은 아이들,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을 못 받는 아이들이 우선 순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가천대길병원 의료봉사팀이 현지로 나가면 절박한 상황에 처한 부모와 환아들이 순식간에 몰려든다고 한다. 의료봉사팀은 현지에서 2∼3일 동안 환아 100여 명을 심장초음파로 모두 살펴보고 숙의한 후 수술 대상을 정한다.

연 팀장은 “이번에 수술받은 5명 중 3∼4명 정도는 복합질환을 안고 있었고, 다들 몽골 오지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며 “경영진이 설사 병원 상황이 어려워져도 의료지원사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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