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남자의 클래식 -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가장 강렬한 클래식 음악 서주
1808년 초연 관객반응은 싸늘
서서히 사람들에 이해되기 시작
슈만 “자연처럼 경외감 느껴져”
베토벤은 명실공히 당대 제일 가는 음악가였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라치면 늘 신랄한 비평들이 뒤따랐다. ‘자유와 진보’를 모토로 삼았던 그의 음악은 늘 새롭고 파격적인 것이었고 대중들은 낯설고 이질적인 음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1808년 새로운 교향곡의 발표에서도 그랬는데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 교향곡은 너무 웅장해서 단지 사람들을 놀라게 할 따름”이라는 비난에 가까운 악평을 남기기도 했다.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클래식이라 할 만한 ‘운명 교향곡’을 두고 한 말이다.
“12월 22일 목요일, 베토벤이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 공연하는 영광을 갖는다. 모든 곡은 베토벤의 곡들로 아직 일반인들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곡들이다.”(당시 프로그램 광고 문구)
1808년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관객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당시 오케스트라는 공연 전 리허설을 거의 하지 못했고, 성악가와 합창단 또한 충분한 연습을 갖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 당연히 공연 중엔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실수들이 발생했고 심지어 연주를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까지 했었다. 게다가 독일의 12월 날씨를 상상해 보시라.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극장 안에서 4시간 동안이나 붙잡혀 있었던 관객들은 어서 빨리 공연이 끝나기만을 고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함께 공연되었던 ‘전원 교향곡’은 꽤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운명 교향곡’에 대한 반응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천둥이 내리치는 듯한 서주로 시작해 이전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도무지 선율이라고 할 수 없는 마치 기계적인 전개 방식의 교향곡을 관객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빰빰빰 빰’ 하며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의해 강렬하게 뿜어지는 이 사운드는 클래식 음악 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이라 할 만하다. 서주의 빰빰빰 빰 하며 울리는 단지 ‘네 개의 음들의 조합’이 바로 이 작품의 주제, 운명의 씨앗이다. 베토벤은 겨우 짧은 음 세 개와 페르마타로 길게 이어지는 음 하나만의 조합만으로 이를 늘리고 당기고, 뒤집고 해체하고 또다시 재조합하는, 변주와 발전을 통해 30분 길이의 대교향곡을 완성해 낸 것이다. 이러한 음악의 전개 방식은 이 작품만의 묘미이자 한편 음악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것으로 베토벤은 ‘운명 교향곡’을 통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형식미와 건축미를 교향곡이란 그릇 안에 담아낸 것이다. 비록 초연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작품의 비범한 예술성은 서서히 사람들로부터 이해를 받기 시작했다.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듣고 “아무리 들어도 마치 자연현상처럼 경외감과 경탄을 자아내는 걸작이다. 이 교향곡은 음악의 세계가 지속되는 한 몇백 년이고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운명 교향곡’의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말년 비서인 안톤 쉰들러가 쓴 베토벤 전기에서 “‘베토벤 선생님, 교향곡 제5번의 앞부분 서주의 네 음은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묻자 선생께서는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네’라고 말하였다”는 대목에서 유래해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교향곡 제5번 ‘운명’
1804년 작곡에 착수해 4년이 지난 뒤인 1808년 완성되었고 같은 해 12월 22일 빈의 안 데어 극장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악장 클라리넷과 현악기들이 ‘빰빰빰 빰’ 하며 유니즌으로 연주하는 ‘운명’의 동기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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