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록도 없어…한덕수 "절차적·실질적 하자 있었다"
"회의록 앞당겨 공개하겠다"던 행안부장관은 사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지난 3일 밤중에 열었던 국무회의가 단 5분 만에 끝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덕수 국무총리도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해 "절차적·실질적 하자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회의록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관련해 지난 6일 대통령비서실에 요청했던 자료 회신 결과를 공개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상 요건을 갖추기 위해 개최한 국무회의는 3일 밤 10시 17분부터 22분까지 열렸다.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비상계엄 선포안’의 논의 시간이 단 5분이라는 의미다. 헌법 제89조 제5호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할 때는 사전에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나고 1분 뒤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10시 23분에 특별담화를 시작하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열렸던 비상계엄 선포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은 현재까지 1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그동안 국무회의 개최시 참석자 발언 요지와 속기록이 행안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됐지만, 이번 계엄 선포 회의의 경우 회의록이 아예 없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회신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3일 국무회의 발언 기록에 대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국무회의 규정 10조·11조에 따르면, 국무회의가 열리면 간사인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사회를 맡고 국무회의록도 작성한다. 이에 대해 김한수 행정안전부 의정관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그날 밤 (계엄 선포·해제 관련) 국무회의에는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같은 날 "대통령실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회의록 작성을 마치는 대로 최대한 앞당겨 공개하겠다"고 했었다.

한덕수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회의록 없는 국무회의가 국무회의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절차적·실질적 하자가 있었다"고 답했다. 개회·종료선언 같은 기본적인 절차 요건을 지키지 않은 데다, 계엄법상 국무회의에서 심의해야 할 계엄사령관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총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3일 오후 8시 40분쯤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 말씀(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반대했다"며 "이후 국무위원들하고 함께 반대·설득하는 게 좋겠다고 해 (내가)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의 기록과 속기, 개회·종료 선언 등이 이뤄졌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죠’라는 지적에도 "동의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공식적 국무회의처럼 운영은 되지 않았다"며 "계엄사령관이 누가 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한편,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참석자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10시 10분에서 15분 사이에 회의장에 도착했는데, 회의의 시작이 없었고 대기하는 상태였다"며 "무슨 회의인지 옆 사람에게 물었더니, ‘계엄’이라는 두 글자만 들었다.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된다’ ‘막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자리에는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윤 대통령의 첫 마디가 "누군가와 의논하지 않았다"였다면서 "(윤 대통령이 머문 시간은) 제 기억으로는 2~3분 정도"라고도 했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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