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담화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직전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지금은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계엄 정국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14일 오후 5시로 표결이 예정된 윤 대통령에 대한 제2차 탄핵소추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전 새 원내대표에 ‘친윤’ 권성동 의원이 선출됨으로써 국민의힘 내홍도 더 격화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켜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다. “(계엄은)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면서, 앞으로 있을 탄핵심판 및 수사·재판에서 제기될 법리 쟁점에 대한 입장도 검찰총장 출신답게 조목조목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야당의 폭주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 문제의 핵심은, 선택한 계엄령이 위헌·불법적이라는 점이다. 국회 계엄군 투입과 정치인 체포 계획, 선거 부정 추정만으로 계엄군을 선관위에 투입해 서버를 확보하려 했던 사실 등이 문제다. 계엄 과정의 잘못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하다.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순 없다. 보수 정치 세력은 이제부터 심각한 타격을 극복하고 재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정치적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 대표는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친윤계 인사들은 당론 위배라며 되레 한 대표 축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분열했던 식으로, 국민 생각과 동떨어진 당권 투쟁 땐 공멸한다. 여당의 환골탈태 이외엔 정치적 활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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