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은 작가의 내면세계와 문학 정신, 그리고 인류와 세상을 향한 메시지까지 응축한 글이다.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그래서 종종 책으로도 선보인다. 국내에서 그 시작은 한국인의 수상이 요원하던 2009년, 알베르 카뮈, 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묵 등 10인의 수상 연설을 모은 ‘아버지의 여행가방’(문학동네)이다. 표제는 2006년 파묵의 연설 제목에서 가져왔으며, 귄터 그라스, 주제 사라마구 등 주로 1990∼2000년대 수상 작가들을 선별했다.
2023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연설문은 짧은 소설 ‘샤이닝’(문학동네)과 함께 실려 있다. 소설은 정처 없이 길을 나섰다 어둡고 깊은 겨울 숲에 고립된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뒤에 따라붙는 연설 ‘침묵의 언어’가 소설의 사색적·묵시적 분위기를 배가한다. 읽는 행위가 어떻게 ‘묵상’이 될 수 있는지 경험하게 해주는 책이다. 2022년 수상한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의 연설문은 단편 ‘젊은 남자’(레모)의 별책부록으로 제작됐다. 미완성 상태였던 소설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발표되는데, 에르노가 50대에 경험한 20대 남성과의 연애를 회고한다. 연설문은 개인적 경험으로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드러내 온 에르노의 저력과 매혹적인 문학세계를 살피게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초청돼 눈길을 끈 2018년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그의 연설문은 동명의 산문집 ‘다정한 서술자’(민음사)에서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그동안 써 온 글과 강연에서 작가가 직접 12편을 골라 엮었다. 첫 에세이기도 한 책에는 “글쓰기엔 다정함이 필요하다”고 한 토카르추크의 철학이 일관되게 흐른다. 민음사에서는 2017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연설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을 아예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작가 연보, 옮긴이가 전하는 해설 등 이시구로의 독자라면 탐낼 만한 구성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은 아니지만, 수상 작가들의 글쓰기론과 문학론, 생각과 신념을 읽어낼 수 있는 책들도 있다. 작가들의 ‘말’ 자체가 콘셉트로 기획된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가 대표적. 인간과 세계를 탐구하는 ‘시대의 지성’인 작가를 작품 밖에서, 보다 가깝게 만나는 경험이다. 꾸준히 사랑받는 시리즈로, ‘카뮈의 말’ ‘헤밍웨이의 말’ ‘아니 에르노의 말’ ‘토니 모리슨의 말’ 등이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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