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바닥에서 전합니다!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다다서재


이 책의 작가 브래디 미카코는 그야말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작가다. 인종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후쿠오카 출신의 일본인인 그는 젊어서 펑크록에 심취해 영국을 자주 오가다가, 지금은 아일랜드 이주민 집안의 남자와 결혼해 영국 브라이턴 빈민가에서 살고 있다. 일본에서 음악 칼럼니스트로 잠깐 활동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자격증을 따서 보육사로 일하고 있다. 영국에서 무직자 지원시설과 빈곤지역 탁아시설에서 일하던 시절, 자신의 일상을 인터넷 블로그에 일기처럼 적다가 우연한 기회에 책을 출간하며 작가가 됐다.

일본의 가난한 육체노동자 집안의 딸. 아시아에서 건너와 아일랜드 이주민과 결혼한 이주민. 빈민가에서 더 가난한 이들을 돕고 살아가는 노동자. 혼혈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런 경계의 삶은, 브래디 미카코의 작가로서의 자산인 듯하다. 위치가 다르다면 시야의 각도도 달라지는 법. 일상에서의 경험을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석하는 것도, 이런 자신의 ‘독특한 사회적 위치’에 힘입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출판된 단행본의 에세이 일부와 웹진에 연재한 원고, 개인 블로그에 썼거나 잡지에 썼던 기사 등을 꺼내서 다시 편집해 만든 이른바 ‘문고판’이다. 여러 곳의 공간에 발표한 글을 모아 깁듯이 만든 책인 셈인데, 이렇게 가위질해 모아놓은 글의 공통점은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출간한 책과 기고 글, 블로그의 게시물로 가려 뽑은 글은 대부분이 세대와 계급과 빈곤의 문제 등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본래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은 ‘음악은, 정치다’였다. 왜 하필 음악일까. 제목에서 ‘음악’이란 영국의 ‘펑크록’이다. 더 확장해서 말한다면 ‘펑크문화’다. 펑크문화는 펑크록에서 유래된 1970년대 청년들의 반항적인 운동이다. 당시 젊은이들은 주류에 편입돼 권위적이고 상업적으로 변한 68세대의 반문화에 반기를 들며 반권위주위, 반소비주의 등을 내세웠다. 책을 관통하는 건 이런 펑크 정신이다. 펑크록 노래나 가수 얘기도 자주 등장한다.

펑크록이 단순하고 직설적이듯, 저자의 발언도 거침없고 주장도 직선적이다. 영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근원적인 시각은 ‘계급적 구도’다. 긍지와 도덕을 앞세우던 영국의 노동자 계급이 사라지고, 정부에 손을 내밀며 술과 약물에 탐닉하는 밑바닥 사람들만 남은 영국 빈민가의 풍경에 대한 책임이 노동자계급의 공동체를 파괴한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기득권 정치에 있다고 지목한다. 긴축정책과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가 팽창하던 10년 전의 영국 얘기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무겁게 읽힌다. 384쪽, 1만8000원.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