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문호남 기자 moonhn@munhwa.com
서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중부공원여가센터로 향하는 터널이다. 남산 둘레길과 정상을 가기 위한 길목으로, 이 터널은 ‘소릿길’이라 불린다. 소릿길에서는 다섯 가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끼익 끽’ 녹슨 철문 소리와 ‘타닥타닥’ 타자기 치는 소리,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 ‘터벅터벅’ 걷는 발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흥얼거림의 노랫소리다. 회유와 협박, 취조, 고문, 조작의 소리로 옛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지하 조사실에서 들려왔던 소리다.
1960∼1980년대 남산에는 중앙정보부가 있었다. 국가 안보와 정보 수집, 정치적 안정 유지를 목표로 설치됐던 기관이지만, 정치 개입과 인권침해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시절, 남산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공간이자 공포의 대명사로 통했다.
서울의 상징, 남산의 어두운 그림자다. 남산에서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고 있는 현대인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면이다. 아니 어쩌면 불편하고 부정적인 역사라 애써 외면하고 있던 건 아닐까 걱정이 스친다. 소릿길의 한가운데에 서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려본다.
■ 촬영노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돌고 도는 게 역사라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를 다시 보고 싶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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