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매우 즉흥적이고 사람들의 말에 잘 휘둘린다는 게 그를 오래 본 사람들의 하나같은 증언이다. 또, 대개의 사람이 똑같은 얘기를 하면 정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기질도 갖고 있다고 한다. 한번 화를 내면 말릴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하는 스타일이다. 비상계엄령을 발동하기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오랜 측근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시 윤 대통령 얼굴이 매우 상기돼 있었고,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지인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정의감과 의리는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분노감에 너무나 예민해져 있었다고 한다. 명군(明君)은 사리에 밝고 의심이 없으며 공도(公道)를 따른다고 한다. 혼군(昏君)은 명군의 정반대다. 국민의 여론이나 상식적인 시각보다는 극우 유튜브만 즐겨보면서 그들의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부정선거 주장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대선에서 10%P 차이로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었는데 0.73%P밖에 차이 나지 않은 것은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10 총선도 150석을 할 것이라는 한 유튜버 주장에 빠져 90석 이하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도 않았다. 사리에 밝지 않으니 고집이 세졌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극단적인 형태다. 모든 참모와 국무위원이 반대하는데도 자신만의 확신에 빠져 밀어붙였다.

이런 혼군 옆에 간신(奸臣)이 있으면 파국은 극대화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로 후보 시절 매일 같이 보고서를 들고 자택을 찾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을 고민하고 있을 때 대부분의 참모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3개월이면 군 작전하듯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수 있다고 윤 대통령을 설득했다. 결국, 너무 무리하게 옮기는 바람에 온갖 후유증만 낳았다. 윤 대통령이 정국 타개를 위해 비상계엄을 검토하고 있을 때 그는 반대는커녕 앞장서 계획을 짰다. 이미 민주당 측에 정보가 새 나갔는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혼군과 간신이 만나 비상계엄 선포와 2시간 만에 해제되는 역대급 사고를 쳤다. 몸을 날린 참모는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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