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집회에서 한 시민이 육군사관학교 폐교를 주장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시영 기자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집회에서 한 시민이 육군사관학교 폐교를 주장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시영 기자
“국회 진입한 계엄군 행동,
학교에서 배운것과 달리 소극적이었다”

지난 3일 육군사관학교(육사) 생도 A 씨는 기숙사 취침 시간 30분 전인 오후 10시 30분쯤 ‘비상계엄 선포’ 속보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기숙사에 있던 다른 생도들도 뉴스를 확인하고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며 수군댔다. A 시는 특히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장면에서 큰 충격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13일 육사 생도들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가 김용현(육사 38기)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육사 48기) 전 방첩사령관 등 육사 출신들이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고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육사 내부는 통탄스러운 분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국회에 진입하는 계엄군을 보면서 많이 부끄럽고 절망스러웠다”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생도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육사 생도 B 씨도 “초급 간부 처우가 열악해지면서 내부 사기가 크게 꺾였는데, 육사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의 ‘군 월급 200만 원’ 공약으로 내년부터 초급 간부의 월급이 일부 병사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육사 내부에서는 ‘생도 엑소더스(대탈출)’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 A 씨는 “연금 등을 제하면 임용 시 받게 될 급여가 월 160만 원 정도”라며 “그나마 우리에게 남은 게 명예였는데, 이마저도 이번 사태로 크게 손상됐다”고 토로했다. 육사는 매년 한 학년의 4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이 편입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9명에 불과했던 자퇴 생도는 지난해 63명으로 7년 만에 7배 증가했다. 최근 육사를 자퇴한 C 씨는 “고등학교 내내 육사만 보고 달려왔을 정도로 애정이 컸지만, 현실은 열악한 처우와 군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생도들은 국회 진압에 투입된 707특수임무단 등 현장 군인들이 불법적인 상부 명령에 소극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켰다”며 안도했다고 전했다. B 씨는 “계엄군의 행동은 그동안 학교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은 것과 확연히 달랐다”며 “최정예 부대답지 않게 눈에 띄게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A 씨도 “군은 상명하복이 생명인 조직”이라며 “실탄을 지급하지 않고 시민, 국회의원, 보좌관 등의 저항에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계엄군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양심을 따른 것”이고 말했다.

노지운·이시영·조언 기자 erased@munhwa.com 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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