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12일에도 ‘윤석열 리스크’로 발작을 일으켰다.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하다 윤 대통령 담화 발표로 곤두박질했고, 원화 가치도 하락했다.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버티는 게 시장에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했다. 발등의 불은 환율이다. 달러당 1430원대의 고환율로 인해 610조 원이 넘는 외화 빚을 진 기업과 은행들은 원리금 상환 폭탄의 부메랑에 짓눌려 있다. LG 화학의 경우 5900억 원의 순이익이 증발한다고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2일 “계엄 사태가 최악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100일이 아니라 100시간 이내에 주한미군·관세·반도체 문제 등에 대한 조치가 쏟아질 텐데, 이를 협상할 정치 리더조차 없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 4일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신용등급에 실질적 영향은 없다”고 했지만, 상황은 암울한 쪽으로 흘러간다. 피치는 지난 9일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가 신뢰도에 잠재적 위험”, 무디스는 6일 “정치적 긴장 고조로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이 지장을 받으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최근 “3대 신용평가사들과 콘퍼런스 콜을 가졌다”고 밝혔다. 정부가 긴급 화상 회의라도 자청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무디스(Aa2)·S&P(AA)·피치(AA-)는 한국에 사상 최고의 신용등급을 부여한 이후 거의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저성장과 트럼프의 관세 전쟁 예고에다 정치 불안이란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위협받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정부·기업의 외화 조달이 어려워지고 환율 급등 등 경제위기 우려가 고조된다. 계엄 사태 수습이 헌법의 틀 안에서 진행되고 해소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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