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에겐 ‘한두 개’ 대응방안
조지호에겐 계엄 작전 계획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위원들과 경찰청장 등에 계엄 이후 간략한 조치 사항을 담은 ‘종이 한 장짜리 지침’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45년 만의 초유의 비상계엄이 철저한 준비 없이 급박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한 심야 국무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부처별 조치 사항을 담은 한 장 짜리 자료를 받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 질의에서 "(계엄 당일인 3일) 오후 8시 50분 정도에 도착해 9시쯤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네댓 명의 국무위원이 있었다"며 "앉자마자 대통령이 종이 한 장을 주며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종이에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간략한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며 문서 내용 중 ‘재외공관에서는 어찌 해라’는 내용 정도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서너 줄 줄글이었고, (상황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놓고 나와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종이 한 장 짜리 대응 방안을 전달받았다. 최 부총리는 13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뒤 들어와서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 한 장을 줬다"며 "당시 무슨 내용인지는 열어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차관보에게 맡겼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4일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기재부 간부회의가 끝날 때쯤에야 뒤늦게 종이를 열어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해라’, 그런 한두 개 정도가 적혀 있었다"며 "종이를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윤 대통령의 호출을 받아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한 장짜리 ‘계엄 작전 계획’을 받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조·김 청장은 계엄 선포 3시간 전인 13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김 청장에게 국회를 포함해 계엄군이 장악할 기관 등이 적힌 종이를 한 장 씩 나눠줬다. 경찰 조사에서 조 청장은 회동이 끝난 후 김 청장과 "이거 진짜냐" "대통령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냐" 등의 대화를 나눴고, 공관으로 돌아가 문건을 찢어서 버렸다고 진술했다. 김 청장 역시 이 문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특수단은 이 ‘안전가옥 회동’에 대한 강제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윤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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