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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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에서 세계 경제를 뒤덮고 있는 최고의 화두(話頭)를 묻는다면 ‘트럼프 2.0 시대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꼽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평소 상황이라면 세계 경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위주로 움직여간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처럼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나라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1월 취임할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그것은 그만큼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 정책을 줄줄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ed를 비롯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반면,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대체적인 윤곽만 드러나 있을 뿐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덮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경제 정책 총괄을 오랫동안 담당해왔고, 한국거래소·한국금융연구원·한국무역협회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최근에도 활발한 저작 활동을 하고 있는 이철환 씨가 ‘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패권전쟁의 미래’(2024년 12월 발간, 메이트북스)라는 신간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나오는 이런 종류의 책은 시간에 쫓겨 집필되는 경우가 많다. 책 내용의 깊이보다는 늦지 않게 내놔야 한다는 ‘시의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시의성이 중요한 저작의 경우 책의 성패는 저자의 안목과 통찰력(洞察力), 경험의 깊이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옛 재정경제부에서 거시경제·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고, 한국거래소·한국무역협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는 이철환 씨는 집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예측하고 조망하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임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현재의 세계는 경제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 제1 및 2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전쟁은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패권전쟁의 범주는 실물경제를 넘어 점차 금융경제, 기술력, 우주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Trump is back)’는 말로 대표되는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향후 4년 동안 미국 대통령으로 재직하게 됨에 따라 이런 글로벌 패권 전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는 중국을 경제적 적국으로 규정하고, 관세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경제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와 상대국과 동일한 수입 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을 도입하겠다는 그의 공약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특히 중국에는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혜국 무역 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여기에 날로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당사국은 물론 세계 경제사회 전체에 커다란 주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국제사회의 경쟁과 갈등이 커지면 자칫 분쟁과 전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처럼 소용돌이치는 국제질서 속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저자는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을 키울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창의성과 기술력을 지닌 인재와 스타트업(startup)을 육성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더욱 세련되고 전략적인 사고에 입각한 대외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이처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사회가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책은 전체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전반적인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 추이,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패권전쟁의 모습을 포괄적으로 스케치했다. 나머지 2~5장들은 각각 무역패권, 통화패권, 기술패권, 우주패권 등 주요 부문에서의 구체적인 패권전쟁 상황을 날카로우면서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내년 1월부터 현실화할 트럼프 2.0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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