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윤광렬(30)·함희진(여·30) 부부

TV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아시나요? 다양한 래퍼들이 나와 역량을 겨루는 경연 프로그램인데요. 경연에서 승리한 래퍼에겐 심사위원들이 이른바 ‘합격 목걸이’라는 것을 쥐여 줍니다.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표식이죠. 저(광렬)는 남들과 다르게 고백하고 싶어 아내에게 “합격 목걸이를 달라”고 했다가 진짜 목걸이를 받을 뻔한 웃픈(?) 사연이 있답니다. 지울 수 없는 저의 흑역사로 남았죠.

2021년 20년 지기 친구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던 저는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소개받은 게 아내입니다. 아내와 첫 약속은 카페로 잡았어요. 너무 긴장해서 밥을 먹었다간 체할 것만 같았거든요. 걱정과 달리 아내는 제 이야기에 환하게 웃으며 맞장구쳐줬답니다. 대화에 집중하느라 주문한 케이크도 한 입만 먹고 말았네요.

만난 지 한 달 정도 됐을 무렵, 고백하기로 했어요. 사귀자고 말하기 쑥스러워 생각해 낸 게 당시 유행하던 쇼미더머니였어요. 방송을 본떠 “합격 목걸이를 달라”고 했죠. 매우 유명한 프로그램이라 아내도 당연히 알아들을 거로 생각했어요.

근데 웬걸? 아내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고요. 제가 계속 합격 목걸이를 언급하니, 나중엔 아예 자기 목걸이를 벗어서 주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내가 쇼미더머니를 보지 않았던 거였어요. 전 당황해서 사귀자는 뜻이었다고 말했죠.

결혼하기 전 한 번은 아내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과 생활비 때문에 당장 해야 하는 일 등을 적은 체크리스트를 보고 “돈 많이 벌 필요 없어. 항상 내 옆에만 있어 줘”라고 쪽지를 남겼거든요. 아내는 그때 결혼을 결심했다고 해요. 가족 외에 의지할 사람이 생겼다면서요. 저 역시 제 속마음을 털어놓는 건 아내뿐이랍니다. 하하.

sum-lab@naver.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