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때 국내 첫 수술 이지원씨
아산병원,7392명 이식 독보적
“어렸을 때라 국내 최초 생체 간 이식자라고 해서 딱히 와 닿는 점이 없었습니다. 근데 30주년이 돼서 교수님들, 환우들을 보니까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았다는 게 훗날 어린아이들이 간이식을 할 때 희망을 얻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생체 간이식 주인공인 이지원(30·사진 앞줄 가운데) 씨는 1994년 12월 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받고 30주년을 맞아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1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씨는 30년 전 선천성 담도 폐쇄증에 따른 간경화로 생후 9개월에 ‘시한부’ 인생이 예정됐다. 첫 돌이 되기도 전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이 씨는 서른 살의 어엿한 사회인이 돼 보험업계에 종사 중이다. 이 씨는 “당시 의료진들이 내가 크지 않은 일로 병원에 입원해도 케이크를 들고 오고 생일엔 축하 연락을 보낸다”며 “30년 동안 잊지 않고 항상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씨의 소아 생체 간이식 성공을 계기로 7392명(성인 7032명, 소아 360명)에게 생체 간이식으로 새 삶을 선사했다. 이는 국내를 넘어 세계 최다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5년간 시행한 생체 간이식 건수만 연평균 400회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로 매우 높다.
이 씨 간이식 당시 집도의인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1994년 12월 생후 9개월 아기를 살린 생체 간이식은 우리의 간이식 여정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돼 주었고, 이를 계기로 7000명이 넘는 말기 간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간이식으로 새 생명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씨의 주치의인 김경모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30년의 시간은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의 결실일 뿐 아니라 의료진을 신뢰하며 잘 따라와 준 이식 환자들과 가족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성과”라며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을 받은 아기가 기적처럼 유치원에 입학하고 이후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이제는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성인으로 성장한 것은 이식 의료의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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