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면서 검사들은 “우리는 폐족(廢族)”이라 자조한다. 이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탄핵소추 됐고, 내년 특수활동비 예산 587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언제 ‘검찰청 폐지·공소청 전환’ 돌출 입법으로 무장해제당할지 모른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초읽기에 몰렸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은 “그의 독불장군식 성정이 검찰 내부에선 강골 검사 유전자(DNA)로 추앙받았지만, 현실 정치에선 폭군으로 비쳤다”며 안타까워한다. 세련된 특수부 수사와 달리 윤 대통령은 거친 수사로 자주 입길에 올랐다. 그가 수사·기소한 사건 중 패소한 것만 15건에 이른다. 서갑원 전 의원 뇌물 사건은 범행 시간에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흔들려 무죄가 났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건도 2011년 당시 ‘처벌 규정’이 없었는데도 무리한 기소로 망신을 샀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은 19개 혐의 모두 무죄가 됐다. 서버·노트북·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같은 핵심 증거들부터 수집 절차를 어겨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애초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을 때부터 무리한 기소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무죄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유였던 뇌물죄가 토대부터 무너져 내렸다. 요란했던 사법농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핵심 관련자 대부분이 무죄가 났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퇴진으로 ‘검찰 정치’가 밑천을 드러냈다. 검찰 출신끼리의 폐쇄적 성향은 “100가지 중 1가지만 맞아도 동지”라는 정치판과 어울리지 않았다. 상대방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배타적 습성은 대화와 타협보다 힘으로 제압하려는 폭압적 행태로 나타났다. 상명하복식 ‘검사동일체’ 원칙은 정치권의 다양성을 말살했다. 최근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이 “검사의 정치 참여를 법으로 10년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3∼5년이 이상적이라 생각했지만, 정치로부터 오염된 조직이 바뀌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정치가 후유증만 남긴 채 끝물로 접어들었다. 정상적인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도 검찰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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