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외풍 속 대한민국號 표류 오월동주 여야 협력도 기대난 대의 안 따지는 與 배신자 내홍
정권 쟁취-유지 경로는 큰 차이 차기 대선 역시 중도층이 결정 바람에 기대기 정치 필요할 때
외풍이 거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통상(通商) 환경 불확실성, 대외 신인도 위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에서 대한민국호(號)가 순항할지 우려된다. 여야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식 협력은 거친 풍랑 속에 한배를 탔다고 인식해야 가능한데, 국내 정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외풍은 정부·여당에 더욱 가혹하게 분다. 이미 대세를 잡았다고 판단한 야당은 적극적으로 여당에 협력할 생각이 별로 없다. 여당은 합심해도 이 난국을 극복할까 말까 한데 내홍을 겪는다. 16일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최고위원들이 사퇴했고, 탄핵 투표에 참여한 의원들을 향한 배신자 주장도 나돈다. 배신 여부는 저버린 믿음이나 의리가 뭔지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 여당이 절체절명의 큰바람 속에서 단결할지 아니면 분열할지 여당의 위기감 인식에 달렸다.
‘바람에 기대기’(LAW·leaning against the wind)라는 말이 있다. 환율이 하락할 때 외화를 매입하거나, 자산 가치가 과열될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통화정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람에 기대기는 의지해 무조건 따르기와 구별된다. 서핑의 예에서 보듯, 몰려오는 높은 파도를 바로 앞에서 타는 것이지 무작정 뒤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또, 바람에 기대기에는 대세나 여론에 거스른다는 의미도 있다. 무모한 바람 거스르기는 실패하기 쉽지만, 같은 풍향의 바람을 갖고도 돛 방향의 조정만으로 최대 180도까지 돛단배의 항로를 바꿀 수는 있다.
정부·여당의 위기는 외부적인 요인보다 자초한 부분이 더 크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유권자 대다수의 주된 비판 대상이 정부·여당으로 돌아섰다. 위기를 통해 성장하여 성공한 사람은 ‘고위험 고수익’(high-risk, high-return)이라는 믿음이 강해 모험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카지노 도박에서 보듯, 도박은 적당한 선에서 중단해야 이길 수 있지, 계속 모험을 걸어 이기기는 어렵다. 아집이 강한 권력자도 진영적 또는 집단적 사고에 갇히면 오판하기 쉽다.
정권 유지 경로는 정권 쟁취 경로와 다르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실정만으로 집권하기도 하지만, 여당은 야당에 대한 유권자 혐오만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성공적인 정부 정책을 펼쳐야 하고, 또 도덕적으로도 야당보다 흠결이 적어야 한다.
진영 대결에서 비(非)정파적 유권자의 역할은 과소평가되기 쉽다. 특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우파의 좌클릭, 좌파의 우클릭처럼 중도 지향의 정치가 승리를 가져다준다. 다른 대안과 1 대 1로 경쟁해 패하지 않는, 이른바 콩도르세(Condorcet) 승자가 대체로 중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결과만 봐도, 집토끼(진영 내 지지층)가 아닌 산토끼(진영 밖 유권자) 다수의 선택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대통령 자진 하야, 임기 단축 및 개헌, 대통령직 유지 등의 다른 대안과 1 대 1로 경쟁하더라도 집단적 선택을 받는 대안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야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버티던 집권 여당에서 중도가 대거 이탈했고, 결국 대통령이나 여당 국회의원보다 비정파적 국민의 선호가 더 무겁게 반영된 것이다.
여든 야든 국민과의 연대가 핵심이다. 한쪽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평소 코끼리를 잘 다루는 기수도 성난 코끼리는 다루기 어렵듯이, 정치인이 이미 분노한 대중을 다루기는 쉽지 않다. 맹수 등에서 내리는 순간 다치듯이, 권력도 놓으면 다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비우고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진정성은 국민이 공감해야 그때서야 통한다.
카를 마르크스의 ‘루이 나폴레옹의 브뤼메르 18일’ 서문처럼, 역사가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웃음거리로 반복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모두 비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당사자 기준에선 더욱 그렇다. 개인들의 비극 속에서 역사는 진전하기도 한다. 탄핵소추도 합헌적 제도 가운데 하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러 부족한 면이 있었으나 헌정은 중단 없이 유지되고 있다. 대한민국호는 합헌적인 바람 기대기를 통해 안정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