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탄핵 촛불집회’의 주역은 단연 2030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응원봉 부대’로 불리며 집회 현장 뿐만 아니라 SNS 상의 여론을 주도하며 새로운 집회·시위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일찍부터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평등’ ‘공정’ 등 민주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자란 세대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 정책 등에 대한 반감을 가져오다 이번 집회를 통해 이를 분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로서 SNS를 통해 집회 정보를 빠르게 공유·연대하며 결집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7일, 14일 이뤄진 국회 앞 탄핵집회에서는 유독 2030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K-팝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 기준 국회 앞 탄핵 집회 참여한 약 27만 명을 연령·성별로 나누면 20대 여성이 5만2000명(18.9%)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남성 3만8000명(13.9%), 30대 여성 2만9000명(10.8%)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30여성으로 묶으면 19만1000명, 전체의 29.7%로 큰 비율을 차지했다. 20대 남성은 8000명(3.0%), 30대 남성은 1만4000명(5.1%)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집회에서 만난 젊은 여성들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열망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모(30) 씨는 “신나게 K-팝을 부르고 있지만, 마음은 무겁다”며 우리 세대는 ‘적극적 동의’ ‘유리천장’ 등 젠더 문제에 큰 영향을 받고 자라온 세대로, 지난 9월 혜화역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집회 등에 참여하며 연대 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승윤(26) 씨는 ”탄핵도 탄핵이지만, 성차별적인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가 한 번에 터진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성차별적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자연스레 2030여성들이 광장으로 많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식이 주요 생산 수단인 후기산업사회에서는 남녀가 평등해야 하지만, 2030여성은 여전히 물리적 힘과 노동력이 중시되던 농경·전기산업사회에 있던 가부장제가 남은 사회에서 자라왔다“며 ”이들은 평소 차별받은 감각을 기반으로 평화, 노동 등 다른 영역의 민주주의 문제에도 높은 관심도를 보였고, 이번 비민주적인 계엄 사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여성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겪으며 SNS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미시적 공론장을 형성해왔는데, 2022년 대통령선거 때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이 등장하며 페미니즘 이슈가 정당 정치로 편입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들이 논의해온 이슈가 중심부의 이슈란 걸 깨달으며 더욱 정치 시위에 적극 참여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잘파(Z세대+알파세대)세대는 어릴 적부터 SNS 등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카페 선결제’ 등을 통해 원격으로 결집했다“며 ”마치 196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이 밥 딜런 등 팝 가수와 함께 반전 운동을 펼쳤듯, 2030 여성들은 아이돌 응원봉, 가요와 함께 일종의 ‘문화 저항 운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신진욱 교수는 ”과거 시위 문화는 특정 집단이 중심이 돼 하향식으로 동원되는 형태였다면, 디지털 사회에서는 온라인 서명, SNS 해시태그(#) 캠페인 등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누구나 불만을 제기하는 상향식 운동을 펼칠 수 있다“며 ”이처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회 문화가 젊은 세대에서 자리 잡으며 2030여성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린아·정지연·이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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