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렇게 빠른 줄 미처 몰랐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 계엄을 선포한 때부터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일, 7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되고 14일 다시 올라온 탄핵소추안이 204명의 찬성표로 통과된 일 등을 관영 신화(新華)통신, CCTV 등은 시시각각 속보로 전했다. 탄핵안이 통과된 날 CCTV는 서울 특파원을 연결해 해당 소식을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오전에 있었던 회의 결과를 오후 느지막이 보도해온 행태만 봐왔기에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중국이 한국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를 자국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다수의 분석에 동의한다. ‘청와대의 저주’를 운운하고 내년 초 정권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친미반중’ 노선의 종언을 언급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맞물려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3각 공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식의 논평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중국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내심 반기는 건 아닌지 의심도 든다. 최근 보도들을 보면 한국에 어떤 새 정부가 들어설지 주시하고 있는데, 현재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치인은 ‘친중’ 성향에 중국 내 인지도도 높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한국 상황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한국 소식이 중국의 최대 포털 바이두(白度)와 SNS 웨이보(微博) 등에서 매번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중국 시민들도 한국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중국 젊은이들끼리의 이야기 화제로 한국 상황이 떠오르는가 하면 한국인이라는 말에 중국인 택시기사가 윤 대통령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어떤 이는 “흥미로운 한국의 정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 속 지난주 한 중국인 지인과 만났다. 한국 상황을 잘 아는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현재 정국으로 흘렀고, 그와 함께 1시간이 넘도록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저질렀고 얼마나 큰 잘못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화는 흥미로웠지만 뒷맛은 좋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참 썼다. 우리나라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좌절감과 무엇을 할 수 있지 싶은 무력감이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윤 대통령을 지적했지만 국가 원수에 대한 비판이 일절 금지된 국가의 국민과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해 한마음으로 비판하고 있자니, 묘한 반발감과 우울감이 함께 밀려왔다.

엎질러진 물은 어찌할 수 없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희망은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짓밟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윤 대통령을, 우리는 일단 끌어내렸다. 절차는 아직 남아 있지만 우리는 우선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단죄했으며, 앞으로 엄벌할 것이다. 한국 상황을 속속 전하며 관전하고 있는 중국에 말하고 싶은 바는 이것이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회복한다. 언제든 회복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힘으로 말이다.

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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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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