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권 정당 모습 보이려는 야당 경제정책 미심쩍은 부분 여전 미·중 갈등에 모호한 입장 견지
지역화폐 등 위험한 정책 다수 과도한 선심의 굴레 탈피해야 국민 신뢰 받을 정당으로 변신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면서 권력의 추는 가뜩이나 거대한 야권으로 더욱 기울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삼권분립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권능의 담을 훌쩍 뛰어넘어 정부에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거야 협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그 빌미를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제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이러한 흐름을 기회 삼아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계엄 사태 이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찬성 입장 선회는 그 전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경제 쪽에서 보면 민주당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가장 큰 흐름이 미·중 갈등이라 할 때, 민주당이 과연 어느 편에 서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계엄 사태 이후 이 대표는 CNN 등 미국·일본 주요 언론들과 인터뷰하는 등 ‘외교 우클릭’ 행보를 보여줬고,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 나는 극도로 정파적이지 않은 현실주의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에서 북한·중국·러시아 적대시와 일본 중심 외교를 소추 사유로 명시한 바 있다. 물론 2차 탄핵안에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한다’는 문구를 포함, 외교 관련 내용을 삭제하긴 했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서 중국에 ‘셰셰’ 하면 된다는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으며 우리 외교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특히, 경제가 점점 국제 정치 흐름과 더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진영 블록화가 강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전 세계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북·중·러 등과 관계를 복원한다고 어정쩡하게 굴다가 미국 눈 밖에 나면 우리 경제는 순식간에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특유의 포퓰리즘 지향성도 해묵은 리스크다. 이 대표 이미지가 투영된 지역화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화폐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정 지역 안에서만 통용되는 유가증권의 하나다. 골목상권 지원을 위해 특정 지역 음식점·전통시장·학원 등으로 사용처를 제한하고 사용처가 한정돼 현금보다 불편한 점은 ‘캐시백’으로 보충해 준다. 가령 1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10% 할인된 가격인 9만 원에 발행하는 식이다. 저렴하게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으니 지역 주민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과거 지역화폐 발행일 구매 열기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목마를 때 들이켜는 사이다 같다 할 수 있을까. 다만 시원한 느낌은 있지만, 건강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게(경제적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또,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도 포퓰리즘의 극치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의 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농민들은 좋겠지만 쌀 공급과잉이 고착화해 쌀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부는 고스란히 부담을 져야 한다.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건 어찌 보면 대중 정당의 숙명이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정당들이 포퓰리즘 경쟁으로 흐를 경우, 국가는 밑으로 한없이 곤두박질친다. 그런 사례는 남미에 수없이 많다. 더 나아가, 국민의 이름으로 국가의 캐시 카우(기업)를 옥죄거나 도입 과정에서 쓰지만, 장기적으로 몸에 이로운 각종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야권이 투자자 이익만을 중시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이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합리적인 경제정책을 도입하려는 노력만 진정성 있게 보여도 호응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