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당이 수권 정당이진 않다. 극우나 극좌 이념에 빠진 정당, 환경이나 소득 등 단일 쟁점에만 매달리는 정당, 한 인물만 교주처럼 받드는 정당, 선거 때만 나오는 정당. 이런 정당을 수권 정당으로 보지는 않는다. 자유와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에 각종 군소 정당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하나, 이런 정당들이 선거로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와 국정을 주도할 순 없다. 그런데 응당 수권 정당이어야 할 거대 정당이 군소 정당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이때 민주주의와 국정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 국민의힘은 과연 수권 정당인지 아리송하다.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계엄령의 해제 여부 투표에 소속 의원 대다수가 참여하지 않았다. 계엄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의원들도 있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충분한 명분 없이 어리석은 방식으로 국가 근간을 흔들었다고 보는데도, 그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했다. 탄핵을 지지한 동료들을 시정잡배나 쓰는 표현으로 비판한 의원들도 있고, 한동훈 당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그를 몰아세웠다. 탄핵 반대 의원들의 마음속엔 야당의 이재명 대표가 정권을 잡는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는 듯하다. 이번 사태에 어이없어 하는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기미는 없다.
이런 모습은 수권 정당과 거리가 멀다. 첫째, 수권 정당은 공조직이어야지 지도자 개인 중심으로 작동돼선 안 된다. ‘친윤’(이런 표현도 공당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도 국가를 위한 공적 대의를 우선해야지, 사적 신세나 계파 이익에 얽매여 윤 대통령을 감싸는 데 급급해선 곤란하다. 둘째, 수권 정당은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만큼 각종 의견이 분출되는 가운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당론은 참고용 지침이지 절대 지령일 수 없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해도, 각자의 소신을 따르는 개별 의원들을 억압해선 안 된다. 셋째, 수권 정당은 지속성을 기해야 한다. 충격으로 쉽게 쪼개질 정도면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 중대 위기를 맞아 지금처럼 서로 손가락질하며 책임 공방만 벌인다면 윤 대통령처럼 자폭하는 셈이다. 지속성을 지킬 수 있겠는가.
넷째,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수권 정당은 국민의 뜻을 받든다.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명백하다. 이 정도의 국민 뜻이면 상식이다. 그걸 거부하면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궤변에 불과하고 수권(受權)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섯째, 수권 정당은 남을 반대하는 데만 몰두해선 곤란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반감과 네거티브 책략만으로 수권 정당의 면모를 인정받을 순 없다. 국민이 인식할 만한 국민의힘 자체의 매력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수권 정당다운 성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가적 비극이다. 정당 간에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가 충족될 수 있고 국정이 순기능을 낼 수 있다. 그동안 여야 간 힘의 불균형으로 입법 과정이 왜곡돼 정치체제가 교착과 마비에 빠졌고, 이를 극복할 정치력을 갖지 못한 대통령이 무모한 계엄까지 시도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국민의힘마저 자폭의 길을 걸어 그 불균형을 심화시킬 건가. 국민의힘은 수권 정당다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