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에 전·현직 국군정보사령관과 현직 정보사령부 대령 2명이 경기 안산시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엄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민간인 신분인 전직 정보사령관이 현직 사령관과 대령들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등과 관련한 작전을 지시했다니, 군의 체제와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 계엄 수사와는 별도로, 민간인인 예비역이 현역을 지휘하고 계엄 모의까지 한 전모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경찰은 17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일 문상호 사령관 등을 만나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사령관을 지냈는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사이로, 포고령 작성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정보사는 활동 자체가 대부분 베일에 가려 있을 정도로,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군부대다. 군별로 있다가 1990년에 통합됐으며, 대북·해외 군사정보 등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공작도 한다. 이런 기관을 계엄에 동원한 것 자체가 국가 안보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부정선거 증거를 찾기 위해 선관위에 서버를 확보하는 데 동원하고, 심지어 ‘북파공작원’으로도 알려진 특수임무대(HID) 대원 30여 명을 경기도 성남 모처에 대기시켜 정치인 체포조에 투입하려 했다는 정황도 있다.

그러잖아도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이 북한으로 유출돼 전원을 귀국 조치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사령관과 여단장이 맞소송을 벌이는 등 기강도 엉망이다. 예비역들이 외부 사무실을 차려 놓고 현역 업무에 개입한다는 문제점도 드러난 바 있다. 완전히 해체하고 재정비해야 할 상황이다. 중대한 안보 자산을 망가뜨린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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