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우의 Deep Read - 탄핵과 민주당 독주
이재명의 민주당, 입법독재에 의정폭주… ‘尹 탄핵’으로 조기대선 땐 정권 획득 유력
독주 계속 땐 ‘견제 받지 않는 권력’ 공포 커져… 임계점 이르면 또 다른 정치변동 닥칠 것
◇의정 폭주
21대와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입법 독재에 가까운 의정 폭주를 해온 민주당을 보면서 조기 대선 이후 민주당의 권력 독점을 걱정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윤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 발동 사태 이전까지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11건의 고위공직자 탄핵안을 발의했다. 계엄 사태 이후까지 치면 윤 대통령을 포함해 총 18명이 무더기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올해 국회의 예산 처리도 민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최소한 공직선거법 개정과 예산안 통과는 여야 간 조율을 따른다는 오랜 전통이 무너졌다.
현 민주당 소속 의원은 170명이다. 범야권 의석은 192석에 이른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3분의 2인 개헌과 탄핵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어떤 안건이든 처리가 가능해진다. 향후 민주당 정권이 계엄을 선포해도 민주당이 계엄 해제를 막을 수 있다.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여대야소 정국이 된다면 대통령의 견제 기능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21대 국회(2020년 6월∼2024년 5월) 전반기에도 문재인 정부는 177석 의석으로 국정을 전횡했던 경험이 있다. 2020년 12월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수완박’ 법안도 단독 처리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2020년 7월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은 법 시행 이후 전세대란과 집값 상승의 부작용을 낳았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석은 103석이었다.
만에 하나 내년에 조기 대선이 성사되고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예측되는 정치 구도도 이와 흡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협치 대신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을 모두 거머쥔 민주당의 전횡이 이뤄질 것으로 우려되는 지점이다.
◇대통령행세
민주당은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정세를 안게 됐지만 민주당 집권 이후의 후폭풍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을 알아야 한다. 벌써 독주와 독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재명 대표가 제시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상이 그 단초다. 국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을 담은 다수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전제로 한 제안이어야 하지만, 항간의 의구심은 적지 않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하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언제라도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막고 인사권 행사(헌법재판관 임명)는 촉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선 시간표’를 앞당기겠다는 계산법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내란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했다. 이미 내란죄로 고발된 한 권한대행도 탄핵소추를 해야 앞뒤가 맞는다. 그럼에도 탄핵은 유보한 채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룰 경우 언제든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으면 죄를 묻겠다는 정략적인 태도다. 김웅 전 의원은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이재명의 대통령행세가 시작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정안정협의체는 사실상 이재명 국보위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12월 17일 페이스북).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 되기도 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사면·복권될 것이라고 한 발언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민주당은 박 의원에 대해 경고나 주의를 주지 않았다. 마치 점령군 같은 민주당의 태도가 국민의 저항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견제 불가 권력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비판하거나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갤럽 조사(12월 2주차)에서 이 대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41%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51%)보다 10%포인트나 낮게 나왔다. 그의 사법 리스크가 주된 이유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독단적 당 운영 및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군사적 권위주의 시절을 경험한 국민은 견제되지 않은 권력에 민감하다. 특히 윤 대통령 계엄사태를 겪으면서 다시금 위헌·위법적인 권력자의 폐해를 경험했다. 똑같은 논리로 권력 과도기에서 이재명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당원들보다 훨씬 설득하거나 만족시키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야당 대표로서 정부 견제의 역할에 그쳤지만, 대통령 ‘사고’ 상태인 지금은 국회 다수당 대표로서 국정 안정을 기하는 역할로써 리더십이 평가된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들도 되살아날 것이다. 자유시장 질서를 흔들고 포퓰리즘으로 논란을 빚었던 그간의 쟁점 법안보다 더 심각한 법안들이 속수무책으로 통과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가드레일(레비츠키·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이 사라진다면 대통령 권력과 절대 의석을 가진 여권을 견제할 방법은 사라진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과 일사불란한 친명 대오로 구축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만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 대표의 대권 장악 수단으로 당이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정치변동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자신들의 노력에 따른 성과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대한 반사이익에 따른 것이다. 이런 지지는 자체 취약성으로 인해 조금만이라도 계기가 확보되면 언제든 붕괴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종결 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급심 재판 결과가 나오고 당내 다른 대권 도전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지금의 정치구도가 단박에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변동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깨진 상태의 권력. 건강한 권력구조를 위해서는 의회 내 다양한 정치세력의 존재, 공정한 사법부, 독립적 언론의 존재가 필수적.
‘정치변동’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정치체제나 제도의 변동. 정치가 인간생활의 연속 과정인 이상, 전쟁이나 변란, 새 세력과 질서의 등장, 민심의 변화 등에 따라 정치는 늘 변동상태에 있음.
■ 세줄 요약
의정 폭주 : 민주당은 21대와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입법 독재와 의정 폭주를 해와. 만에 하나 조기 대선으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을 모두 거머쥔 민주당의 전횡이 우려됨.
대통령행세 :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거부권 행사를 막고 헌법재판관 임명은 촉구. 이재명은 ‘대선 시간표’를 앞당기면서 국정안정협의체 제안 등 대통령행세 중.
견제 불가 권력 : 군사적 권위주의를 경험한 국민은 견제되지 않은 권력에 민감. 압도적 의석에 대권까지 거머쥘지 모를 가공할 절대권력 출현에 대한 우려 커져. 임계점에 이르면 정치 변동은 순식간에 찾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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