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춰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2.5%로 예측했고,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도 8월에는 하반기 경제가 양호해 2.4%가 될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3분기 성장률을 2.2%로 하향 조정한 지 두 달도 안 돼 다시 2.1%로 낮춘 것이다. 물론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반영된 결과겠지만, 계엄 사태가 12월 초에 발생했으므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10, 11월의 경제도 그다지 좋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은은 지난 10월에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인 2%보다 낮은 1.9%로 예측했었다. 그런데 이 총재는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 삭감의 결과 여기서 0.06%p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에 한은이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하락했음을 고려하면 탄핵 국면이 진정되기까지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 예상되는 내년에 과연 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나 낮아지게 될지 두렵다.

이 총재는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 정치권이 빨리 합의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고 중요한 경제 법안도 신속히 처리해 대내외적으로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뒷받침하도록 내년 정부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하는 내용의 ‘2025년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세출예산 574조8000억 원 중 431조1000억 원을 상반기에 배정한 것이다. 그런데 예산의 상반기 배정률은 이미 지난해와 올해에도 75%였다. 새롭지도 않고 이미 편성된 예산의 집행 속도를 높이자는 것일 뿐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책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주만 해도 비상계엄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환율과 증시가 탄핵안이 가결되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 상황을 보면 여전히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계속되고, 원·달러 환율도 1430원대의 고환율에 머물러 있다. 내수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외식업을 비롯해 관련 산업의 부진도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는 판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특단의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놔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재래시장 지출액 공제율을 40%에서 80%로 높이고, 전년 대비 늘어난 소비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10%에서 20%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탄핵 정국에서 법 통과가 무산됐다. 내수 진작을 위해 오히려 내년에 한시적으로 공제율을 더 올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만들고, 반도체특별법 등 개혁 법안들도 기업의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재상정해 국회에 빠른 의결을 촉구하는 등 더욱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경기 안정과 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외국인의 신뢰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많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경제팀의 분발을 기대한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닌 정부의 시간이 돼야 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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