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러져 가는 주택을 새 아파트라는 황금알로 바꾸는 작업은 이처럼 힘겹고 더디지만 기존 주택의 노화와 가구 증가로 생겨나는 수요를 충족하려면 필수적이다. 서울 새 아파트의 한 해 수요는 4만5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평균 입주 물량은 3만5000가구 정도다. 공급 부족이 만성화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만성질환이 급성으로 악화 중이다. 2020∼2022년 사이 4만 가구를 넘었던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3년 2만여 가구로 반토막(부동산R 114)이 났다. 올해는 1만6148가구(10월 기준)로 더 줄었다. 내년은 3만6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하지만 2026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1만 가구에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난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파트값을 좌우하는 요인에 공급만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은 금리와 대출 규제에 보다 민감해졌다. 지난 9월부터 매매 대출이 강화되자 시세 오름폭은 둔화하고 있다. 미래의 어떤 정부든 서울 아파트로 과도한 유동성이 흐르는 것은 막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한쪽 구멍을 막는다고 흐르는 물을 언제까지 가둘 순 없다. 흐르지 못한 물은 다른 쪽 구멍으로 새어 나오거나 한 번에 터질 지경으로 차오를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으면 전세가 오르고, 전세가를 잡으려고 전세 대출을 조이면 월세가 폭등해 주거 부담이 가중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2027∼2028년 공급난의 아비규환을 피하려면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씨를 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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