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안보 상황이 불안하고 경제도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한밤중에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군(軍)은 정치인에게 이용당해 불법 동원됐고, 몇몇 장군은 군인답지 못한 행동을 보였다. 예비역 장군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기 그지없다. 군은 질책받아 마땅하다.

군은 국가 최후의 보루이다. 군인은 애국심을 바탕으로 투철한 국가관을 배우고 익힌다. 자부심과 명예심을 갖고 그것을 자랑한다. 특히, 장군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에 헌신해야 한다. 장군은 ‘안일한 불의(不義)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正義)의 길’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장군은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권력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

군이 신뢰를 잃었고 군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된 것은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몇몇 장군 때문이다. 이들은 확고한 신념도 없었고 지혜롭지도 않았다. 게다가, 충성심도 없었고 의리와 신의도 없었다. 양심을 깃털처럼 저버리고 저만 살아 나가려고 고해성사에 앞장섰다. 야당 국회의원 앞에서, TV와 유튜브에 등장해서 나는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상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이들은 양심 고백 대신 논공행상에 취했을 것이다.

불의를 막지 못한 군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몇몇 장군. 이것이 이번 계엄 사태에서 드러난 국군 일각의 모습이다. 이들은 혹독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하루바삐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강한 군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적합하지 못한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 대통령의 분신인 경호처장이 군권의 수장인 국방장관이 됐다. 지구상 최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는 경호처장 시절부터 장군 인사를 좌지우지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약 1년 전, 대장 7명을 한꺼번에 전역시켰다. 그리고 군 최고 선임자이자 대한민국 군대를 대표하는 합참의장을 중장에서 갓 대장이 된 사람으로 앉혔다. 합참의장은 누구보다 경험과 경륜을 갖춰야 한다. 대장 계급장을 달고 적어도 하나 이상의 직책을 경험한 사람을 앉혀야 무게감과 권위가 있다. 그런데 갓 대장으로 진급한 인사를 합참의장에 임명했으니 적절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 배경과 사적 인연을 뛰어넘어 인재를 발탁해야 유능한 군대가 된다.

게다가 우리 사회, 특히 정치인들이 군복을 경시했다. 군복은 단순히 군인의 옷이 아니다.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한다. 외국 국빈이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것도 군복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군인은 군복을 입고 뜬눈으로 조국을 지키는 전사(戰士)들이다. 이들의 헌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각별히 살펴줘야 사기가 충천한다. 근래에 일부 정치인들이 군복 입은 장군들에게 모욕과 망신을 주고 거친 언사로 인격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때마다 군은 자부심을 잃었고, 군복이 헌신짝 취급을 받았다. 여기에 박수 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김정은과 북한군일 것이다. 군복을 존중하는 문화에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국격이 추락하고 위상이 크게 손상됐다. 국민의 상실감도 컸다. 이렇게 만든 것은 여야 정치인들이 주범이고 우리 군이 종범이다. 군은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 강한 군대로 거듭나도록 인적 요소를 쇄신하고 군복이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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